◎「성공한 쿠데타」 17년만의 단죄/정치군인 하극상·내란목적 살인 판단/집권 불법 재임 합법 「내란시효」 모순도/광주민주화운동 법적 인정/권력재벌 유착에도 경종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대통령 3명을 법정에 세운 12·12 및 5·18사건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법률적 단죄작업이 매듭지어졌다.
95년 10월 노·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착수 이후 1년 6개월만, 지난해 3월 재판시작 1년1개월만에 사법적 판단이 최종 마무리된 셈이다.
이번 재판은 정권탄생과정의 불법성과 집권시 부정부패 관행에 대해 준엄한 사법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우리 현대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대법원이 특히 판결문을 통해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폭력에 의해 정권을 장악한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고 밝힘으로써 「성공한 쿠데타」에 대한 단죄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통치자금을 거둔다는 미명으로 자행돼 온 최고권력자의 「검은돈 챙기기」에 대해서도 유죄가 선언됨으로써 뇌물을 고리로 한 권력과 재벌간의 유착관계에 철퇴가 가했다는 의미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률적 판단은 단호하면서도 형량에 있어서는 관용을 베풀었던 항소심의 양형을 그대로 받아들여 쿠데타의 주역들이 「사정변경」으로 뒤늦게 처벌받게 되는 점을 충분히 감안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주요 법률적 쟁점에 대해 내란의 기산점을 제외하고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인정했다. 군사반란과 내란의 가벌성 등에 대해 소수의견이 있었으나 12·12는 군권장악을 위한 정치군인들의 하극상이고 신군부의 집권과정은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이었다는 검찰의 주장과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다수의견으로 채택됐다.
법률적 구성논리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던 내란목적살인 부분에 대해 대법원은 광주재진입 작전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다고 본 원심 판단이 그대로 인정됐다. 교도소 부근에서의 총격 등 광주에서의 살상행위 대부분을 내란목적살인으로 기소했던 검찰은 절반의 승리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시위진압의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게 됨에 따라 폭도들의 난동으로 매도됐던 광주민주화운동이 내란세력에 대한 저항으로 인정받게 된 것도 되새길만 한 대목이다.
대법원은 또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여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지 돈의 실제주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할 의무까지 없다』고 밝혀 노씨의 비자금을 실명전환한 정태수 피고인 등에게 업무방해혐의를 적용했던 검찰에 유일한 「패배」를 안겨주었다.
반란중요임무 종사혐의로 기소된 박준병씨에 대한 무죄선고가 다수의견 8명, 반대의견 5명으로 아슬아슬하게 확정된 것은 대법관들 사이에 치열한 법률공방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사때부터 논란을 벌어졌던 내란의 기산점에 대해 대법원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81년 1월24일이라 규정, 신군부가 국민의 저항에 굴복한 87년 6·29선언을 내란 종료시점으로 본 항소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의 이런 판단에는 신군부의 집권기간 전체를 내란상태로 볼 경우 오게 될 법적 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집권과정은 불법이고 재임기간은 합법』이라는 논리의 모순을 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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