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8일)은 140명의 새로운 한국해외봉사단의 발단식이 있는 날이다. 또한 이날은 25개 국가로 2년간의 봉사활동을 떠나는 이들과 아쉬운 작별을 해야하는 날이기도 하다.그들의 밝은 얼굴과 해맑은 미소를 바라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바로 그들의 어깨에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 해외봉사단은 구성도 다양해서 20대 초반의 여교사가 있는가 하면 50대 중반의 직업훈련 전문가도 있다. 태권도 사범과 해외유학생도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출신 배경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패기가 있고 봉사에 몸을 바치겠다는 정열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230명의 우리 젊은이들이 아프리카 사막에서, 중남미 산간에서, 또는 동남아 오지에서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심고 있다.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컴퓨터나 자동차 수리 등 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전수하기도 한다.
조선후기 우리가 어려울때 이율곡 선생은 10만 양병설을 주장하였다. 나는 21세기를 준비하는 이 시점에 해외봉사단 10만양병설을 주장하고 싶다. 자기보다 못사는 사람에 대한 뜨거운 사랑, 개척정신, 그리고 그들이 봉사한 국가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젊은이가 있는한 우리의 장래는 밝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한국 해외봉사단 파견사업은 우리 국제협력단이 실시하고 있는 10개 사업중 하나이다. 우리는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사회·경제발전을 돕기 위해 무상협력을 실시하고 있는데 크게는 3가지 유형의 사업, 즉 우리의 기술을 전수하는 기술협력, 해외봉사단과 의사를 파견하는 인력협력, 그리고 비정부기구(NGO)와의 연계사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국제협력단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는 그렇게 높지 않은 실정이다. 사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원조하면 우리가 다른 나라로부터 받는 것으로만 알았지 남에게 준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정부가 대외 무상원조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된 것도 그간 정부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던 각종 사업을 일원화하여 국제협력단을 발족한 91년 이후의 일이니까 아직 일반의 관심을 끌기에는 일천한 것이 사실이다. 사업규모 면에서도 아직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국민 1인당 대외 무상원조 부담액에서 볼 때 호주가 60달러, 네덜란드는 165달러나 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겨우 3.1달러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지금 당장 선진국 수준을 쫓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도국에 대한 무상원조의 규모는 점진적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우리 경제도 어려운데 남을 도와줄 처지가 되는냐고 묻는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개도국 원조사업이 커다란 전기를 맞고있는 지금, 우리로서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원조는 다른 나라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즉 개도국에 대한 시장개척, 부족한 자원의 원활한 공급, 투자환경의 조성과 같은 경제적인 측면 뿐만아니라 외교적 이익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6·25후 너무나 어려었던 시절에 다른 나라나 국제기구로부터 받은 정신적·물질적 도움에 대한 진정한 보답도 되는 것이다.
현재 개도국은 나름대로 서구식 원조의 한계 때문에 새로운 협력대상국을 찾고 있다. 그들은 단 30년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 대열로 뛰어오른 우리나라와의 협력, 군림하는 협력이 아닌 동참하는 협력, 주는 협력이 아닌 나누는 협력을 갈망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한국형 국제협력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장도에 오르는 우리 젊은이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패기와 정열이 이어질때 「태극기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라는 새로운 신화가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라 믿는다. 그들의 장도를 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