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기론 한계” 1차수사 인책 은근히 거론/“정 리스트에 검찰간부 없나” 조사주장까지여권이 검찰의 정치인 수사에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모종의 「뜻」을 전하고 있다. 가급적 사법처리 대상자를 최소한으로 하자는 얘기다. 명분은 정국불안, 국정 혼돈이 더 이상 확산되면 국가적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공식적인 창구는 아니지만, 사태확산을 우려하는 여권 핵심부의 의중이 충분히 검찰에 전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권은 이처럼 사법처리의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면서, 한편으로는 검찰을 달래고 다른 한편으로 후유증을 경고하는 듯하다.
여권은 우선 검찰이 33명의 정치인을 소환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치권에 경계의 교훈을 주지 않았느냐는 얘기를 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정치권이 중수부장 교체, 한보 재수사, 정태수 리스트의 공개를 줄기차게 요구, 검찰의 감정을 자극한 측면이 있었다는 유감표명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여권이 검찰 달래기에만 매달리지는 않는 눈치다. 은근히 무차별적인 사법처리의 후유증을 경고하는 메시지도 검찰에 전하는 분위기다. 여권의 경고중 하나는 검찰이 소환정치인 다수를 사법처리하면, 1차 수사때 『리스트의 정치인들이 수수한 돈이 대가성이 없다』고 발표한 내용을 스스로 뒤짚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의 누군가가 1차 수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며, 야당의 검찰수뇌부 인책공세를 자초할 수 있다는게 여권 핵심부의 생각이다. 여권 핵심부가 수수방관하는 자세를 취하다 검찰수사의 방향에 의견을 개진하게 된 배경은 내부 반발 때문이다. 신한국당 민주계가 『청와대가 정치인 수사를 오히려 부추기며 대출외압 등 한보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등 심상치 않은 이완, 분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아예 정계재편을 시도하는게 아니라면, 내부 반발을 그냥 지나치기에 부담스런 측면이 있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우리 풍토에서 누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며 은근히 검찰까지 겨냥하는 감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사위를 열어 정태수 리스트에 검찰 간부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추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심지어 검찰의 수사권을 일정부분 제약하는 견제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신한국당 당직자들도 『소환정치인 대부분이 대가성없는 돈을 받은 것 아니냐. 도덕적 단죄로 충분하다』고 「바람」을 잡고 있다. 또한 『사법처리 대상자는 아주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소장검사들과 일선 지검검사들은 『정치인 수사가 검찰의 실추된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을 수뇌부에 개진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 수뇌부도 국민여론이 철저한 수사로 기울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의 수위조절 의사에 검찰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는 상황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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