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원자력정책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14일 상오 5시33분 일본 후쿠이(복정)현 쓰루가(돈하)시 소재 동력로·핵연료개발사업단(도넨·동연)의 신형전환로원형로 「후겐」에서 중성자의 감속제로 사용되는 중수가 누출되면서 극소량의 방사성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이 배기관으로부터 외부에 방출됐다. 도넨측은 『(트리튬 방출수치가)법에 정해진 수치보다 낮고 환경에도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사고발생 30여시간후인 15일에야 소재지 쓰루가시와 소관부서인 과학기술청에 늑장보고했다. 이같은 늑장보고는 최근 이바라키(자성)현의 재처리시설 폭발사고에 대한 늑장대처와 허위보고 때문에 국민적인 분노가 증폭하고 있는 가운에 또다시 반복된 핵관련 불상사여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카오카 리이치로(근강리일랑) 과기청장관은 15일 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사고자체는 대수롭지 않지만 후겐의 가동을 전격적으로 정지시키는 이례적인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후겐의 가동정지를 위해 조작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원자로가 급정지해 원자력시설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켰다. 도넨측은 「급정지」의 원인을 조사중이다.
「후겐」사고의 늑장보고는 95년 발생한 고속증식원형로 「몬주」나트륨 누출사고에서의 정보은폐, 또 최근의 이바라키현의 재처리시설 폭발사고에서의 허위보고 등에 이어진 불상사이다. 일련의 사건들은 가뜩이나 핵시설 건설을 반대하는 분위기속에서 일본 핵정책의 안전성과 투명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도넨의 폐지론이 거론될 만큼 핵시설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극도로 악화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의 핵연료정책은 커다란 시련을 맞게될 전망이다.
또한 후겐의 가동정지 조치로 도넨의 6개 핵시설중 4곳이 정지상태가 됐다. 현실적으로도 일본의 주요 핵시설이 대부분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이상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자원소국으로서 원자력 연료 이용을 더욱 확대할 수 밖에 없는 일본정부는 겹치는 불상사때문에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편 과기청은 16일 이바라키현 재처리시설 폭발사고에 대해 허위보고한 도넨을 관계당국에 고발했다.
○다양한 연료사용 가능한 일 독자개발 원자로
▷「신형전환로원형로(일명 후겐)란?◁
자비를 뜻하는 후겐보사츠(보현보살)에서 나왔다.
농축우라늄만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원자로와는 달리 잘 연소되지 않는 천연 우라늄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일본이 독자개발한 원자로를 말한다.<도쿄=김철훈 기자>도쿄=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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