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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가발 기원전 3000년 무렵 등장(역사속의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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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가발 기원전 3000년 무렵 등장(역사속의 질병)

입력
1997.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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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탈모증)가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대머리를 감추기 위한 가발이 등장한 게 기원전 3000년무렵이라고 하니 적어도 5,000년의 역사는 되는 셈이다. 그보다 훨씬 전부터 대머리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신원이 확인된 최고의 대머리는 기원전 12세기 무렵의 이집트 파라오인 메르넵타이다. 영국 왕립의사회팀은 메르넵타의 미라를 조사해 대동맥경화증으로 사망한 사실까지 밝혀냈는데, 잘 보존된 그 미라는 분명한 대머리였다.동서고금을 통틀어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대머리를 일종의 병으로 간주해 왔다. 간혹 좋은 풍체의 상징으로 여긴 경우도 있었으나, 대개는 감추거나 치료해야 할 대상이었다. 원시종족들도 나름대로 대머리 치료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은 털이 많이 난 풀을 대머리에게 바르거나 먹이는 방법을 지금도 쓰고 있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실제로 약효가 있는 것같지는 않지만, 상징적인 의미와 심리적인 치료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대머리의 종류와 원인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탈모제와 머리털이식술 등 새로운 치료법도 개발되고 있다.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발모효과가 있는 약초를 찾아 왔지만, 대머리 치료법으로 가장 오래 쓰였고 아직도 많이 쓰이는 것은 가발이다. 가발은 위엄과 아름다움을 과시하거나 무대용 의례용 법관용 등 특수목적으로도 쓰였지만, 특히 대머리를 감추기 위해 널리 쓰였다. 기록으로 확인된 최초의 가발은 기원전 3000년무렵의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의 머리털을 이용했으나 기술이 발달하면서 양의 털이나 종려나무잎이 재료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삼국시대부터 가발을 사용했음을 「삼국사기」 등의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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