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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스트 추궁에 “죄송” 함구(청문회 현장)

입력
1997.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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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 솔직 답변 의원들 호감/“사장직인 정씨 관리” 난맥상 증언국회 한보국조특위는 15일로 구치소청문회를 끝내고 16일 국회로 장소를 옮겨 청문회를 진행했으나 뚜렷한 소득을 올리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태수 한보총회장의 주요 자금전달창구중 한사람이었던 이용남 전 한보 사장은 「이용남리스트」의 공개여부를 놓고 주목받았으나 끝내 입을 다물었다.

○…첫 증인으로 나온 이 전사장은 『야당로비 창구였던 것이 사실이냐』는 국민회의 의원들의 질문에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경조사비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답변, 청문회장을 긴장시켰다. 이씨는 그러나 그러나 구체적인 로비대상의원 명단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며 함구로 일관했다.

이씨는 또 조순형(국민회의) 의원이 『국민회의 김상현 의원에게 준 돈은 정치자금아니냐』며 김의원의 「구명」을 유도하자 『검찰수사결과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댓가성을 확인해 눈길을 끌었다.

이씨는 신한국당 김학원 의원으로부터 『무슨 명목으로 로비했느냐』고 집요하게 추궁당하던 도중 허리에 차고있던 무선호출기가 울리는 바람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했다.

○…이씨가 중요대목에서 부인으로 일관해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당했던데 비해 두번째 증인으로 나선 홍태선 전 한보철강 사장은 비교적 솔직한 태도를 보여 의원들의 호감을 샀다. 모처럼만에 홍씨로부터 만족할만한 답변이 나오자 의원들은 『전문 경영인답다』(김원길 국민회의 의원) 『진솔하다』(이양희 자민련 의원)고 홍씨를 추켜세웠다.

홍씨는 김문수(신한국당) 의원이 한보철강 부도 이유를 묻자 『포철은 한보비극을 부른 장본인의 하나』라며 포철의 고사작전을 자세히 설명해 포철에 대한 「한」이 적지않음을 알게했다. 홍씨는 또 『정태수 총회장이 과도한 욕심을 많이 냈다』 『정총회장은 현실성을 따지지 않고 당진에 대규모 제철소를 건설하려 했다』고 정총회장의 방만한 경영스타일을 가감없이 비판해 관심을 모았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국내 14위의 대기업집단이었던 한보그룹이 얼마나 전근대적으로 운영돼 왔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의원들을 기막히게 했다. 이씨가 『한보직제상 대표이사 직인 등은 모두 총수(정총회장)가 갖고있고 나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다』 『나에겐 자금에 관한 결재서류가 일체 오지않았다』 『수표책이나 어음발행권도 모두 정총회장이 갖고 있었다』고 털어놓자 의원들은 『한보파산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라며 혀를 찼다.<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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