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불황이라 상당기간 침체” 아직 우세/재계선 “구조조정만 강조 경기대책 소홀” 지적도한보·삼미그룹의 부도이후 대기업들의 부도설이 잇따르면서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16일 경기회복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저점이 임박했다고 밝힌데다 최근 반도체 석유화학 등의 수출호조로 회복의 조짐이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부당국은 그러나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만을 강조, 국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물론 일부에서는 정부가 경기대책마련에 너무 소홀한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강부총리는 이날 능률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참석, 『우리 경제는 경기순환국면으로 볼 때 저점에 거의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엄봉성 연구조정실장도 『각종 경기지표들이 횡보를 거듭하고 있으나 1∼2월중 재고율지수가 93년초와 유사한 점을 감안할 때 경기저점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KDI관계자는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부문을 제외하면 지난해 3·4분기에 이미 저점을 통과, 회복기에 접어든 상태』라며 『올들어 원화가 지속적으로 절하되고 세계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힘입어 전체 경기도 하반기까지는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재경원 당국자는 『지난해 부진을 면치못했던 석유화학 반도체 철강 등이 최근 국제가격 상승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어 올 하반기초부터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재경원에 따르면 석유화학의 대표 품목인 프로필렌 국제가격은 지난해 12월 톤당 461달러에서 이달들어 600달러로, 에틸렌은 톤당 480달러에서 630달러로 각각 올랐다. 16메가D램도 지난해 12월 개당 6∼7달러선에서 이달들어 11달러선을 보이고 있다. 철강부문의 핫코일 가격도 톤당 327달러에서 343달러로 개선되고 있다.
경기회복의 사인이 미미하나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나 이를 두고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금의 경기침체는 경기순환론적인 불황이 아니라 구조적인 복합불황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경기가 바닥에 도달하면 회복세에 들어서기 때문에 저점확인이 중요하지만 복합불황상태에서 복원력을 상실할 경우 침체상태가 계속 심화 하게된다. 상당기간동안 경기가 피부에 와 닿을만큼 회복되지 않은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수출상품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데다 수출단가 등 교역조건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강부총리도 이날 조찬모임에서 『경기가 저점을 지나더라도 신속하게 상승국면으로 전환되기 보다는 상당기간 침체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개선에 중점을 두면서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고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기가 저점을 지나면 회복돼야 하는데 우리경제가 복원력을 상실, 회복이 쉽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계는 이에따라 구조조정을 반드시 추진해야하지만 경기변화에 따른 대책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1%에 달했지만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실제 성장률은 5%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제, 『구조조정만 앞세운채 경기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