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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의사가 버젓이 진료?/의사면허 빌려 병원운영·수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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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의사가 버젓이 진료?/의사면허 빌려 병원운영·수술까지

입력
1997.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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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70%가 자격증 빌려 사업/약사·조리사·회계사까지 광범위 퍼져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의사 면허 대여는 주로 지방에서 성행하고 있다. 사무장이나 간호조무사 등 병원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의사면허를 빌려 병원을 운영하고 심지어 수술까지 한다. 또 이미 사망했거나 고령으로 더이상 진료를 못하는 의사의 면허증을 내걸거나 분실한 의사 면허증을 이용해 병원을 세우고 사무장 등이 진료를 하는 병원도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관리과 관계자는 『93·94년에는 각각 70여건, 95년에는 50여건이 적발됐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확한 실태는 파악할 수 없지만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병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면허로 수술을 하다가 사고를 내고서도 피해자와 재빨리 합의하는 경우가 많아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에서 일하는 내부인이 처우 등에 불만을 품고 고발을 해 오는 경우가 아니고는 좀체로 적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건설관련 분야의 자격증 대여는 관행으로 굳어져 있을 정도다. 감사원이 94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 1만여개 건설 관련업체의 기술인력 관리실태를 감사, 이중 70%가 넘는 7,600여개 업체가 자격증을 불법으로 빌린 사실을 밝혀냈다. 기술자격 소지자 5만2,000명 가운데 43%는 돈을 받고 자격증을 빌려 주었다가 적발됐다.

이미 사망한 사람의 자격증을 대여해 사용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건설부와 한국건설기술인협회가 지난해 건설기술인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70세를 넘었거나 주소 불명인 기사 기능사 등 건설기술자 1만749명의 명단을 내무부에 조회한 결과 729명은 이미 사망했으며 이중 118명은 117개 건설업체에 위장 고용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에는 이미 사망한 유령 토목기사가 업체 4곳을 옮겨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 「유령」은 인천의 건설기술교육원에서 보수 교육까지 이수, 자격증 수첩을 재발급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업 관계자들은 전체 30만명에 이르는 건설기술자중 3,000여명은 유령기술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70세를 넘어 사실상 사회활동을 중단한 고령자의 자격증도 그대로 건설업체에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기사의 경우 자격증을 대여하면 연간 600만∼800만원, 기능사는 연간 100만∼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환경이 열악한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50위 아래의 회사는 사실상 법정 기술자를 1명도 확보하지 못한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뿌리깊은 자격증 대여 관행은 부실공사의 한 요인으로 곧잘 지적되고 있다.

약국도 비슷한 상태다. 약사없이 처방을 하거나 약을 팔 수 없지만 약사가족이나 「다이맨」으로 불리는 고용원 등 약사보조원이 손님을 상대로 처방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최근 약국 대형화 추세를 타고 약사 1, 2명에 약사면허가 없는 다수 보조원이 가세해 불법영업을 하는 예가 많다는 것이 약사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불법적인 자격증 대여는 영양사, 조리사, 부동산 중개사, 미용사 는 물론 공인회계사에 이르기까지 퍼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책은 없다… 국민이 조심해야/정부 ‘문제 심각’은 인정/실사·감독엔 한계

면허나 각종 자격증을 발급하는 정부는 사후 관리에도 철저해야 한다. 사망자의 자격증을 건설회사가 사용하고 있거나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조차 없는 고령 의사의 면허증이 병원에 버젓이 걸려 있는 게 현실이다.

건설교통부는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무려 30만명에 이르는 건설기술 자격자들의 자격증 대여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거나 사후관리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또 『자격증 소지자가 사망하더라도 당국에 보고하는 것도 아니고 고령을 이유로 취업을 제한할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가 종합 전산망 등을 활용해 앞으로 철저한 관리를 하고 관련 협회의 철저한 회원관리를 유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감사원은 94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건설기술자격 소지자 2만 2,537명의 자격증 대여 사실을 밝혀 내 건설교통부에 통보했다. 그러나 건교부가 94∼96년 자격취소나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2.5%인 572건에 지나지 않았다.

건설업체의 관계자들은 『소속업체의 불법을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협회 직원이 자격증 대여를 알선하는 경우까지 있는데 건교부나 협회에 기대할 것이 뭐가 있느냐』며 『건교부 역시 국민의 안전보다는 협회나 업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의사면허를 빌려 무자격 의료행위를 하는 데 대해 『특별한 대책은 없고 기본업무의 일환으로 지도 단속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소 직원 1, 2명이 수없이 많은 병원에 대한 인허가 업무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 실사는 역부족』이라며 『의료단체가 자율적으로 감독 활동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직접 병원을 감시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건교부는 『건설기술자 경력 신고제도를 철저히 운영, 건설기술 자격증을 불법대여하거나 이중취업을 하는 행위를 근절하고 공사현장의 실명제 정착을 통한 품질향상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노동부에 자격증 불법대여 등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가기술자격법을 개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대학의 건설관련학과 정원을 늘리고 기술자격 검정시험을 현행 필기위주에서 실무능력 위주로 전환, 기술자격자 배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건교부나 복지부나 현실적인 대책은 없었다. 국민들은 각자가 「알아서 해야하는」 위험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조재우 기자>

◎김부원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장/무허가 중개업자 농간에 재산피해 속출해요/사기 행각에 투기 부채질/“거래전 허가여부 꼭 확인을”

김부원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장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무자격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무허가 중개업자들의 농간으로 재산피해를 당하는 고객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협회 차원에서 무자격 업소를 적발하기 위한 지도단속반을 가동하고 있으나 쉽지가 않아요』

그는 무자격 중개업자를 『부동산 업계의 암적인 존재』라고 단정했다. 신도시나 투기 바람이 예상되는 곳을 찾아 철새처럼 옮겨 다니며 사기행각을 벌이고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하는 등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무허가 중개업자는 일절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고의과실에 따른 중개행위로 재산 피해가 있을 경우 허가업소는 협회의 공제조합에서 피해액을 변제받을 수 있지만 무허가 업소는 그렇지 못해요』

그는 『허가업소는 거래전에 「물건」의 하자 여부를 반드시 검증하는데 반해 무자격자들은 이 과정을 생략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생길 물건도 감언이설로 꼬여 계약을 맺도록 한다』고 말했다. 또 법정수수료보다 훨씬 많은 수수료를 챙기는 것도 굳어진 행태다.

무허가 중개업소의 전형적인 수법은 「XX개발」 「XX(부동산)컨설팅」 등으로 위장하거나 중개업소 간판을 임시로 만든 컨테이너 사무실에 붙이고 중개업을 하는 것. 김회장은 『상당수 무허가 업소는 건축관련업을 하는 것처럼 사업자 등록증을 받아 탈법적인 부동산 중개행위를 일삼는다』며 『이들을 단속할 법적인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각종 생활정보지의 부동산 매매란을 악용하는 경우도 부쩍 늘고 있다. 매물을 내 놓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더 좋은 가격으로 원하는 날짜까지 팔아주겠다』며 광고료를 착복하거나 입지조건이 좋지 않은데도 『조만간 대단위 상권이 들어선다』며 유혹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한다.

김회장은 『현재 20여명의 무허가 중개업소 지도단속 반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나 단속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고객 스스로가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중개업소가 허가받은 곳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허가증의 사진과 중개업자가 일치하고 협회의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는지 잘 살펴 봐야죠. 허가증과 공제조합 가입증은 사무실내에 게시토록 돼 있거든요』 김회장은 무허가중개업소인지를 알려면 협회(02―879―1100)로 일단 문의해달라고 말했다.<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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