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불황이 장기화할 것같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재고조정을 위한 감산에 들어갔고 다른 업체들의 감산도 뒤이을 전망이다.문제는 감산조치가 재고누적을 위한 단기적 처방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80년 중반이후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여 온 자동차내수는 95년 0%, 지난해에는 5.7%로 성장율이 크게 둔화했다. 올해 1·4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21%나 감소했다. 또한 대체수요가 전체 자동차내수의 60%를 넘어서 신규수요증가추세가 꺾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자동차내수는 연간 5∼6%를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1·4분기중 자동차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8%가 늘어나 호조를 보였으나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불안한 측면이 많다. 최대경쟁국인 일본이 엔저에 힘입어 국산차에 대응한 가격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빅3」가 소형차의 가격경쟁력을 되찾음에 따라 미국시장에 대한 국산차의 수출증가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은 오히려 세계시장에서 국산차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로부터의 개방압력 역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당면한 최대과제이다. 올해에도 미국은 한국시장의 문을 열기 위한 압력을 계속할 태세다. 99년으로 예정된 수입선다변화 해제가 현실화해 일본차가 국내시장으로 밀려 들어오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일본의 자동차업체들은 수입선다변화 조치가 해제되면 기다렸다는 듯 우리의 주력차종인 소형차시장부터 잠식해 들어올 것으로 예견되는데 그 이전까지 국내업체들이 일제차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사면초가의 난국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 모든 어려움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업체들과 관계당국은 이에 대비한 문제해결 노력은 하지 않고 이를 방치해 온 것이 사실이다.
삼성과 쌍용이 승용차시장에 참여한 마당에 기존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설비확장에 주력해왔으나, 설비확장이 면밀한 수요분석에 따른 것인지는 의문이다. 업계는 2000년, 2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그 많은 생산량을 수출과 내수로 모두 소화해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현재의 설비능력으로도 2000년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양적인 성장에서 벗어나 질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향상 등을 위한 합리화투자와 고임금시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동화투자 등을 골간으로 한 내적 구조조정과 외적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완전하게 개선하거나, 아니면 공멸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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