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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심기가 불편하다”

입력
1997.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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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소환에 음모론 가셨지만 마음은 착잡/“민심 따르자니 당심이 울고” 정국해법 고민신한국당 이회창 대표가 대표취임 한달만에 편치않은 지방나들이에 나섰다. 이대표는 15일 대전을 거쳐 온양을 찾아 대전·충남지역 여론주도층 모임인 「충남포럼」에서 「한국정치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정치인 소환조사 이후 당안팎의 도전에 직면하는 등 대표취임 이후 가장 곤혹스런 처지에 놓여있는 탓인지 그의 발걸음은 그리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날은 하순봉 대표비서실장이 검찰에 소환된 날이었다. 자신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의 유고가 그에게 준 심정적 충격은 그리 간단치 않았을 것이다. 이대표와 사실상의 정치적 제휴관계에 있는 김윤환 고문의 검찰소환으로 가뜩이나 이런 저런 시선이 쏠리고 있던 터에 김고문의 강력한 추천으로 비서실장이 된 하실장까지 소환됐으니 심기가 편했을리 없다.

이날 아침 대표위원실에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는 이대표의 숭숭 뚫린 심정마냥 여기저기 자리가 비어 있었다. 하비서실장의 자리는 물론, 이미 구속된 정재철 전당대회의장의 자리가 여전히 공석인 상태이고,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박종웅 기조위원장도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게다가 이날따라 몇몇 회의참석자가 지각했다. 여기에 이대표 체제에서 새로 당직에 임명된 나오연 제2정조위원장도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형편이다.

그나마 민주계가 자신을 겨냥해 제기했던 「음모론」이 검찰수사결과로 설득력을 잃게 된 것이 그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있다. 검찰조사에서 대부분의 정태수리스트 연루인사들의 돈 수수사실이 밝혀졌고, 김윤환 고문과 하실장의 검찰소환은 이대표가 음모론의 배경일 수 없음을 자연스럽게 증명해준 셈이 됐다. 하지만 그는 민주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직계세력을 달래고 보호해줘야 하는 큰 부담을 여전히 안고 있다.

그는 목하 「정리스트」 정국에 대한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존의 「법대로」이미지에 따라 엄정수사를 강조할 경우 당심과 불협화음이 생기게 된다. 또 소환정치인에 대한 법적 관용을 주장하는 것은 검찰측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민심과 거리가 먼 해법이다.

그는 급한 불을 끄기위해 「정치인 소환조사 조기 매듭」이란 카드를 꺼냈다. 당대표로서 당의 결속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마치 정치권에 화풀이를 하듯 수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두고 「대쪽」이미지를 강하게 풍겼던 이대표가 이제 타협과 조화를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의 측근들은 요즘 이대표에게 「법대로」 대신에 「순리대로」라는 용어를 많이 쓸 것을 권유한다고 한다. 정치적 시험대에 올라 이미지 전환에 나선 이대표가 민심과 당심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온양=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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