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갱생여부 관 주도 탈피 자율판단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이 「부도방지협약」을 마련한 것은 대기업 부도로 인한 경영부실을 막아보자는 자구책이다.
금융권은 한보·삼미부도여파로 부도공포가 확산되자 일부 금융기관들이 자신의 채권보전에만 급급, 대출회수에 나서거나 확실한 담보없이는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준법대출」로 멀쩡한 기업까지 자금난에 몰아넣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더욱이 한보사태로 재정경제원과 은행감독원 등이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문제에 손을 놓는 「정책 공백」상태가 지속되자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이에따라 금융기관들은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다가 대기업의 부도가 또다시 발생할 경우 무엇보다도 금융기관 자신들이 치명상을 입게된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마련된 금융권의 「부도방지협약」은 관이 주도하는 부실기업 지원 및 정리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방식이라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한보사태 여파로 금융당국이 나서 금융기관장회의를 소집하고 처리방향을 정해주는 식의 부실기업 대응방식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때문에 이번 협약에는 당국의 직권중재 없이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동참하지 않는 금융기관에게 불이익을 주는 강제조항을 달고 있다. 부실기업의 지원·정리과정에서는 채권금융기관이 서로 손해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처리과정이 순탄할 수 없어 강제조항을 넣은 것이다.
주거래은행은 「금융당국의 배후조정」이 아닌 자체협약에 따라 과거와 같은 추진력을 갖게 된다. 주거래은행이 부실징후가 보이는 기업에 대해 금융기관의 공동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채권금융기관 대표자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되고 회의소집일로부터 채권금융기관들은 채권상환을 의무적으로 유예하도록 했다.
또 대표자회의에서 공동자금지원이 결정되면 채권금융기관들은 이에 동참해야하고 불응할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한다. 채권행사 유예 불이행시 채권금액의 10%, 긴급자금지원분담 불이행시 불이행금액의 10%, 협조융자지원 불이행시 불이행금액의 10%를 위약금으로 내야한다.
그러나 이번 협약은 은행권이 주도, 종합금융사 보험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게 동참을 요청할 예정이어서 제2금융권의 참여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종합금융사들은 『은행들은 담보를 챙기고 있으나 종금사는 신용대출이 대부분이어서 불리한 조건』이라며 협약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협약이 시행될 경우 관주도에서 벗어나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여부를 결정하게돼 기업갱생여부에 대한 판단이 보다 엄격해 질 전망이다. 관주도방식에선 정치논리가 개입, 금융기관들이 추가대출을 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해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끌려들어가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제 더이상 어렵게된 것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정부 “자구노력 기업은 지원”/선의의 정책조정협의체 신설 검토
정부는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이 부동산매각 등 자구노력조치를 취할 경우 선의의 정책조정을 통해 관련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재정경제원 당국자는 15일 『개별 기업의 부도처리에 정부가 관여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뒤 『그러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금융기관의 건전성문제를 감안할 때 선의의 정책조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의 자구책을 적극적으로 펴는 기업의 경우 자금난이 일시적이라면 해소해 주는 것이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원은 이를 위해 선의의 정책조정을 위한 협의체 등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재경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기위해 설립하려는 「금융감독협의회」(가칭)를 통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지원여부 등을 논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은 이와 별도로 금융권에서 추진중인 「부실방지 협의체」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협의체의 결정으로 지원한 기업이 부도가 난 경우 여신과정의 책임을 묻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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