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단기과제 시행까진 산넘어 산/임기말 개혁 한계·재경원과도 일부 이견/금융기관 대형화 방안은 적극 추진될듯금융개혁위원회는 14일 대통령에게 금융개혁에 관한 1차 보고(18개 단기과제)를 끝냄에 따라 「한국판 빅뱅」의 핵심인 ▲은행 설립 및 소유구조 ▲중앙은행 독립 및 감독체계 개편 ▲사금융 제도화 등 중장기과제에 대해 5월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에 따라 1월초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서 본격화하고 한보그룹 부도사태로 가속화한 금융개혁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각 기관 및 업계의 이해관계 등이 가세하면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금개위가 이날 보고한 금융개혁 단기과제의 핵심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이용자 중심으로의 금융시장 개편 ▲건전한 금융기관 확립 등 크게 3가지로 우리 금융의 문제점·취약점으로 지적되어온 요소들을 대부분 망라하고 있다.
금개위가 다음달말까지 내놓을 중장기과제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어서 어떤 방안이 결정되든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만큼 개혁안 마련에도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소유구조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재벌참여 허용)는 의견과 경제력집중 반대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고, 중앙은행 독립과 이와 맞물리는 감독체계 개편은 정부수립 이후 지속되어온 논쟁거리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금개위가 중도에 좌초해 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금융기관의 인수·합병(M&A) 촉진 등 대형화방안은 개방화의 조류에 따라 적극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개위가 이날 제시한 정책방안들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되어 왔고, 부분적으로 개선책이 실시되기도 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해 앞으로 실제 얼마나 시행될지는 의문이다. 출발때부터 개혁안을 마련하는 금개위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원간의 대립으로 금융개혁의 성격 및 방향 등 기본적인 사항에 합일점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임기말 개혁이라는 기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넘어야할 산이 너무 높고 많은 것이다.
대통령 임기말기라는 추진시점이 개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청와대도 이를 의식해 『임기내에 개혁의 기본방향을 정하고 실행은 다음 정부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고,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정권에는 임기가 있지만 경제에는 없다』고 말했지만 어느 정도 먹혀들지는 아무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부총리는 계속 금융개혁 추진을 강조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무리수에 따른 금융왜곡을 걱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보아 충분한 준비 및 강력한 리더쉽 없이 개혁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커질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금개위가 마련안 개혁안의 위상도 명확하지가 않다. 어느 정도의 구속력을 갖느냐는 것이다. 금개위측은 『우리는 경제부총리의 직속상관(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금개위가 대통령 직속기관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재경원측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은 될지언정 지침서는 아니지않느냐』는 입장이다.
재경원은 당장 이날 금개위가 밝힌 5대 재벌의 은행이사회 참여허용,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수표발행 등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재경원 관계자는 『법 개정사항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시행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이상호 기자>이상호>
◎금융권 반응/업종장벽 완화 이해따라 환영·불만/은행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 우려도
금융권은 금개위 1차보고서가 각종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대체로 환영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은행권은 재벌의 은행소유허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업종간 장벽완화 등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이해가 엇갈려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은행권은 금융업종간 장벽을 낮추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5대 재벌의 은행소유참여를 골자로 한 은행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미흡한 어정쩡한 개선책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금융업종간 장벽이 낮아진다면 고객이 요구하는 복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환영할 만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금개위 보고서가 5대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면서 동시에 대주주가 은행임원 선출에도 간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위험성이 큰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금개위 개혁안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보험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보협회 신이영 상무는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취급하도록 허용할 경우 그동안 모집인위주의 영업관행에 치우친 국내 보험회사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종금업계는 금개위 개혁안에 대해 『「몸통」을 내주고 「깃털」을 받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피해의식이 확산된 상태다. 종금사 관계자는 『이번에 증권회사에 넘겨준 기업어음 할인업무는 시장규모가 20조원이 넘는 종금사의 핵심업무』며 『증권사도 주식위탁매매 등 핵심업무를 넘겨줘야 하는데도 증권사의 기존업무중 발행업무만 취급이 허용, 큰 손해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1차보고서 주요내용
금융개혁위원회의 1차보고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 ◇은행 지배구조 개선 5대 재벌의 비상임이사 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 해임권고를 받은 직원의 임원선임자격을 영구히 제한(현행 7년). 비상임이사의 구성을 대주주 70%, 공익대표 30%로 변경. ◇업무영역 확대 직접 겸업 및 자회사 방식의 상호진출을 통해 은행 증권 보험의 겸업화 확대. 증권 종금 투신 등 종합투자회사(INVESTMENT BANK)로 발전유도. ◇여신전문금융기관 정비 신용카드 할부금융 시설대여 벤처금융의 법체계 통합 및 등록제로 전환. 신용카드는 인가제 유지. ◇서민금융기관의 체제개선 신협중앙회와 새마을금고연합회에 수표발행 등 일부 은행업무 허용. ◇금융전산망 확충 비은행금융기관과 은행공동망과의 망대망 또는 개별적 직접접속 유도. 비은행금융기관도 금융결제원을 통해 계좌이체서비스 이용. 금융산업의>
<금융시장 효율성 제고> ◇여신관리제도 개선 여신한도(바스킷)관리제도 폐지하고 동일계열여신한도제 도입. 주거래은행제 및 10대 재벌 부동산취득승인제 폐지. ◇해외금융 규제완화 일반기업의 은행을 제외한 해외금융업 진출을 즉시 허용. 상업차관 도입조건 등 규제 폐지. ◇벤처금융 활성화 개인투자조합(엔젤펀드) 도입. 투자조합출자시 세액공제. 중소기업 외화대출 융자대상 및 한도 확대. 중소기업 보증채에 대한 외국인투자 조기 허용. ◇금융관행 개선 대출거부시 서면으로 불가사유 제시의무화. 증권사 유가증권 위탁매매수수료 상한규제 폐지. 금융시장>
<건전한 금융기반 확립> ◇금융저축 증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현행 부부합산 4,000만원) 상향조정 검토. 기업연금제도 도입. 비과세 근로자우대저축의 불입한도를 월 200만원으로 넓히고 가입대상을 모든 근로자로 확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정리 6개월이상 연체여신 공시의무화. 성업공사에 채권인수 정리기능을 추가하고 채권추심전문회사 설립. ◇신용정보유통 활성화 민간기업에 신용정보업 진출 허용. 기업간 신용정보 집중기관 도입. 정부의 행정전산망과 토지전산망을 신용정보기관에 공개. <정희경 기자>정희경> 건전한>
◎김병주 부위원장 인터뷰/석달 산고 첫 작품 합의로 내놔 다행/통일대비 화폐교환 등 장기적 연구
『솔직히 합의안이 나올 줄은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보고서 제출시한을 앞두고 막판에 합의가 이루어져 너무 다행입니다』
1월22일 출범한뒤 3개월간의 산고끝에 「1차보고서」를 제출한 금융개혁위원회 김병주 부위원장은 첫 관문을 통과한 소회를 「약한 것이 강하다」는 노자·장자의 글귀로 대신했다.
김부위원장은 『금개위 1차보고서는 이해관계가 얽힌 31명 위원들이 석달동안 60여회가 넘는 난상토론을 거친 끝에 햇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출범초기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31명 위원들이 처음 만났을때 이해대립이 너무 첨예했다』며 『기업계를 대표한 12명 위원들은 금융개혁의 목적을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은행금리를 낮추고 담보없는 대출이 가능토록 하는데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부위원장은 『이번에 제시된 개혁안에 대해 70∼80%가량 만족한다』고 밝혔다. 개혁안중 20∼30%가량에 대해서는 불만족이라는 우회적인 표현이다. 그는 특히 「은행임원의 결격사유」항목이 합의과정에서 완화된 것에 강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부위원장은 『당초 금개위 개혁안은 문책임원들의 관계회사 임명까지 금지했다』며 『은행에서 잘못을 저지른 임원이 자회사로 내려가 자리를 보전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는데 은행사람들의 반대가 정말로 엄청났다』고 말했다.
김부위원장은 금개위가 발족한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김빼기 작전」으로 내놓은 자체개혁안을 「산울림 효과」로 규정, 의외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재경원이 대통령이 지시를 받고 개혁안을 시행하는 「직접적 효과」도 중요하지만 재경원이 금개위를 의식, 금융개혁을 서두는 「산울림 효과」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울림 효과」의 좋은 예로 재경원이 5대 재벌의 생보업진출을 허용한 것을 들었다. 김부위원장은 이밖에 『최근 남북한의 통일가능성이 부쩍 늘었다』며 『통일후 남북한 화폐의 교환비율이나 북한산업발전을 지원할 북한산업은행의 설립 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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