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부도” 암시 적극방어 전환/검찰 진술 번복 횡령·사기 부인/자금난 시기도 작년올해 상충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진술이 매번 달라지고 있다. 1차수사 때 검찰에서 일부 시인했던 사실조차 청문회와 공판을 거치면서 더욱 강한 부인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씨는 14일의 3차공판에서 자금유용과 부도원인 등 핵심쟁점에 대해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완전히 뒤집었다. 검찰조사 때는 무리한 경영과 부도에 관련된 부분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가족과 재산을 보존하려 했던 정씨는 청문회에서 한보부도처리의 부당함을 강변한데 이어 이날 횡령과 사기혐의까지 강하게 부인함으로써 사법처리의 수위를 낮추기 위한 적극적인 방어자세를 보였다.
정씨가 이날 가장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회사자금 유용과 비자금 조성혐의의 부인. 정씨는 검찰조사에서는 회사돈으로 자신과 가족의 세금까지 부담한 사실을 시인했었다. 또 전환사채구입자금(7백10억원), 전처이혼위자료(40억원), 개인부동산 구입자금(78억원) 등을 「아산만 공사비」 등으로 변칙회계처리해 회사돈으로 낸 사실을 검찰에서 시인했었다.
그러나 정씨는 지난 8일의 청문회에서 『개인재산 5천억원을 회사에 투자했고 이 돈을 빼서 사용했다』고 말을 바꾼데 이어 이날 법정에서는 『5천억원의 개인재산을 투자했는데 대주주인 총회장이 이정도 돈을 회사에서 빌려쓰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이 돈도 모두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즉 횡령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
비자금 조성방법인 노무비 과다계상에 대해서도 정씨는 청문회때와 마찬가지로 『회계처리의 문제일 뿐 공사비 4조원과 운영비 1조9천억원이 들어 공사비횡령은 한푼도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서는 『노무비 7천7백32억원을 과다계상했다. 멍청한 직원들이 「끝전」있게 처리를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다만 사기죄 적용의 관건인 부도원인에 대해선 검찰조사와 청문회, 법정에서 일관되게 「3천억원 지원거부」를 들었다. 더구나 이날 법정에서는 더욱 발언의 강도를 높여 「정치적 부도」뉘앙스까지 노골적으로 풍기며 『지난해 12월 김시형 산업은행총재로부터 융자 허락을 받았고 산은 부산지점으로부터 올 1∼3월 각 1천억원씩 융자를 해주겠다는 연락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지난번 검찰조사에서는 『지난해 12월 말 산은 부산지점에 3천억원을 대출신청했다』고만 했을 뿐 대출약속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정씨는 이날 『한보가 자금압박에 몰린 것은 부도 직전인 1월20일 이후』라고 시기를 다시 늦춰 잡았다. 정씨는 검찰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종국 전 재정본부장은 이날 법정에서 『자금압박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추석무렵』이라고 진술, 정면으로 옛 「주인」의 말을 뒤집었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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