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목소리 대답·검찰측에 비아냥 등 태도 변화14일 한보사건 3차공판에서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은 그동안의 한을 풀 듯 장황하게 말을 쏟아냈지만 정작 「정태수리스트」와 대출로비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채 자신의 입장해명으로 일관했다.
○…정피고인의 변호인단은 이날 「정태수리스트」를 아예 신문사항에서 제외해 놓았으나 공판 말미에 예상치 않게 국민회의 의원인 천정배 변호사가 관련 질문을 던지면서 「청문회 상황」이 재연됐다. 천변호사가 보충신문 끝에 『정치인에게 5천만원 이상을 준 적이 몇 번 있느냐』고 묻자 정피고인은 일순 당황, 『세어봐야 안다』고 답했다. 정피고인은 그러나 『진술하기 싫으면 안해도 된다』는 재판부의 말이 떨어지자 이후 『정당에 자금을 지원한 적이 있느냐』, 『정치인에게 돈 준시기를 기억하느냐』, 『정치자금과 뇌물의 구별기준이 뭐냐』는 천변호사의 잇단 질문을 시종 『진술을 거부합니다』라는 답변으로 피해나갔다.
○…정피고인은 지난 8일 청문회에 이어 이날도 「주인―머슴론」을 재차 언급, 방청객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피고인은 검찰이 보충신문에서 『한보직원들이 산업은행에서 3천억원이 지원됐어도 한두달 밖에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진술했었다』고 하자 『머슴이 주인쓰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 머슴은 농사지어 (창고에) 쌓아두면 될 뿐 쓰는 건 주인』이라며 『머슴이 다알면 총회장은 왜 필요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1, 2차 공판때는 서울지법 대법정의 2백여석 방청석이 모두 들어찼으나 이날은 청문회이후 식어버린 관심을 나타내 듯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정피고인의 가족중에는 장남 종근, 차남 원근, 4남 한근씨 등 3형제가 방청했다.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검정색 모자도 벗어버린 정피고인은 이날 재판부의 여러차례 주의에도 불구, 큰 목소리로 장광설을 펼치거나 검찰측을 비아냥거리기도 하는 등 청문회 때와는 달리 완연히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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