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품 ‘자가 포커스’ 대히트/서양식 회중시계 국내 처음 개발/지난해 ‘롱 피스’로 또한번 주목/손목시계 생산 20년 외길78년부터 20여년동안 손목시계로 외길을 걸어온 (주)대림시계의 김영호(59) 사장은 처음에는 제약회사의 전문경영인을 꿈꿔온 약학도였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주위의 부러움속에 내디딘 첫 직장도 유망 제약업체였다. 김사장이 10여년동안 근무하던, 「잘 나가는」제약회사의 중견간부직을 박차고 전혀 엉뚱한 시계사업을 차리게 된 것은 잠시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한 시계업체에서 겪은 경험이 계기가 됐다.
난생 처음 시계일을 하면서 그가 기획하고 제작한 「자가 포커스」라는 일종의 패션시계가 당시 업계판도를 뒤흔들며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표범이 시계 문자판 사이로 들어가는 TV광고도 광고업계에서는 혁신적이었다.
제약회사 시절 탄탄히 다져놓았던 마케팅 노하우가 든든한 힘이 됐지만 젼혀 이질적인 세계에 「과감히」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시계업계에서 그가 느낀 흥미와 성취감때문이었다.
종업원 25명에 연매출 45억원정도인 자그마한 중소기업인 대림시계는 그러나 업계에서 차지하는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다. 스위스와 기술제휴해 생산하고 있는 「엘진」이라는 자체브랜드는 고급화전략으로 내수는 물론 미국 중국 중동지역 등 10여개국에 수출되는 대표적 브랜드로 이미 시계업계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95년 「포킷 워치(Pocket Watch)」라 불리는 서양식 회중시계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한 것도 대림시계가 올린 개가였다. 회중시계는 가공 정밀도에서 일반 손목시계보다 월등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지금도 업계에서는 대림만이 생산하고 있는 품목이다.
『웬만한 회사아니면 아직도 엄두를 못내는 디자인 개발실을 창업때부터 운영해 왔던게 회사외형에 비해 기술력을 높일 수 있었던 힘』이란게 김사장의 성공비결이다.
김사장은 지난해 지르코늄(세라믹)을 소재로 시계줄 마디가 긴 「롱 피스」시계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해 또한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130여 조합원사가 있는 시계공업협동조합의 이사장직을 맡고있는 김사장은 지금도 유일한 시계업계 전문잡지인 「월간 시계」의 창간인이자 발행인이기도 하다. 86년부터 매달 발간하고 있는 이 월간지는 김사장이 80년대 『덩치는 커지면서도 변변한 전문잡지 하나 없는 국내 시계산업에 이론적 토대를 쌓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월령 120호를 넘긴 이 잡지는 수익면에서 찍으면 찍을수록 손해보는 장사지만 김사장은 시계업체 종사자들의 의견의 장으로, 기술과 정보교환의 장으로서 커다란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10일부터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인 스위스 바젤전시회에 첫 한국 부스를 설치해 한국시계의 우수성을 과시한데 보람을 느낀다는 김사장은 『값싼 동남아 중저가품과 차별되는 고가품의 시계를 개발해 국내시장을 지켜가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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