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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문화공간 살바/우리 것… 남의 것… 키치&고급/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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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문화공간 살바/우리 것… 남의 것… 키치&고급/다 있어요

입력
1997.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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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시며 즐기는 갤러리/매달 2∼3회 예술가·손님 놀이판서울 대학로에서 성균관대 쪽으로 좁다란 골목을 따라 잠시 걸어올라가다 보면 샛노란 바탕에 큼지막한 청색 명조체로 「살」이라고 쓰여진 간판이 앞을 가로막는다. 역시 샛노란 문을 밀고 지하계단을 내려서면 싸구려 인조양털 장막이 드리워져 있는 입구에 당도하게 된다. 오른쪽으로 「뮤지엄 살」이 있고, 왼쪽으로는 유행이 한참 지난 옛날 노래가 흐르는 「살바」가 있다. 「살바」는 음료와 맥주, 간단한 안주감을 파는 바이고, 「뮤지엄 살」은 사진, 설치미술, 회화작품 등을 상설전시하는 전시공간이다. 요컨대 「살」은 주인 최정진(34)씨의 말마따나 『술마시며 즐기는 갤러리, 혹은 예술이 있는 바』이다.

이 기발하고 새로운 개념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든 이유. 『술집에서는 거칠 것 없는 사람들이 정작 공연이라도 한번 보러 갈라치면 괜히 주눅들어 하잖아요. 그래서 아예 일상적인 놀이공간 안으로 예술을 끌고 들어와 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대답이 간명하다.

「살」이라는 제목도 그렇지만 작명의 경위는 더욱 기발하다. 최씨의 전직이 바로 쌀도매업. 늘 먹는 쌀처럼 질리지 않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지었다. 사람의 「살(육)」과 「살다」라는 동사의 이미지도 함께 고려했다.

기발한 것은 또 있다. 그의 형인 설치미술가 최정화씨가 디자인한 실내공간은 흡사 「함바」라고 불리는 공사판 밥집 같다. 목재의 거친 재질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벽면, 비닐장판을 덧댄 포장마차용 의자와 테이블, 추억의 팔각성냥 등. 그런가 하면 왼쪽 맞은편은 전형적인 서구식 바를 연상시킨다. 공간 맨 안쪽에는 카바레의 미러볼이 돌고 있고, 입구쪽 천장에는 두 개의 싸구려 샹들리에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심지어 틀어주는 음악까지도 아리랑에서 최신 펑크록까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최정화씨는 이에 대해 『우리 것(함바)과 남의 것(바), 싸구려 대중문화(카바레)와 고급문화의 키치(샹들리에)의 대비를 통해 새로운 효과를 내보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기묘한 공간에서 적어도 매달 2, 3회이상 「진짜」 예술가들과 손님들이 격의없이 어울리는 잔치판이 벌어진다. 사진작가 배병우, 그룹 삐삐밴드와 어어부밴드, 가수 이상은, 서양화가 이동기, 설치미술가 김형태 등이 「살」에서 한바탕 살풀이를 했던 면면들이다. 4일에는 중견 디자이너 안상수, 금누리, 행위예술가 이불 등이 모여 「사사운동」이라는 제목의 이색 퍼포먼스 공연을 했다. 노래방 기계를 갖다 놓고 직접 노래를 불러가며 관객들과 호흡을 맞춘 공연은 행위예술이라기보다는 놀이판에 가까웠다.

『거의 대다수 공연이 그런 식입니다. 대부분 무료로 무대에 서는 작가들은 「살」에서의 공연을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어울리는 소중한 기회로 생각합니다. 관객들도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는 수동적인 소비자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자기표현들을 하죠. 공연이 좀 진행되다보면 누가 작가고 누가 관객인지 모를 정도가 되버리기 일쑵니다』 최씨의 말이다.

16일에는 재즈연주자 김동섭과 허벅지밴드의 합동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입장료는 물론 무료. 맥주 한 병 마실 정도의 여유만 있으면 된다. 재즈와 펑크록 공연이라고 해서 공연히 주눅들 필요도 없다. 재미있으면 같이 즐기면 되고, 별 흥미가 당기지 않으면 그저 술 한잔 한 셈 치면 그만이니까. (02)3672-2962<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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