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은 금융개혁 방안의 하나로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는 은행의 부실채권을 신속히 정리키로 했다고 한다.4월중으로 은행의 부실채권정리 및 경영건전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행의 부실채권정리는 부실채권이 지나치게 커지기 전에 단행하는 것이 부담도 적고 파급영향도 최대한 축소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세이빙 앤드 론(S&L)사나 일본의 주택전문금융회사(주전) 부실채권 문제로 미·일 양국이 대응조처가 늦어져 필요이상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던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재정경제원은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를 과단성있게 처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 부실채권정리는 단순히 한보사건에 따라 증대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개혁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방안 자체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합리적이어야 한다.
우선 정리대상이 되는 부실채권의 개념이 국내 금융계뿐 아니라 세계 금융계에서도 수용될 수 있게 바뀌어져야 한다. 또한 부실채권을 인수, 처리하는 기관도 독자적으로 수익을 내면서 업무를 집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은행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은행의 독립과 자율경영을 지향하는 금융개혁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다. 부실채권인수전담기관과 은행에 다같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은행도 이제는 부실경영을 하면 망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돼야 은행의 책임경영이 확립될 수 있는 것이다. 부실 은행의 구제를 위해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재정경제원도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여 부실채권정리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제도개선에 필요이상 시간이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실채권정리는 개별은행의 경영개선 뿐만 아니라 금융계의 경쟁력 강화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간의 흡수·합병(M&A)이 경쟁력 대책의 하나로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6대 시중은행의 경우 부실여신이 지난해말 현재 1조5,700억원으로 총여신의 0.96%(일반은행 0.8%)로 돼 있는데 미국 기준으로 한다면 23조3,000억원으로 총여신의 14.3%나 되는 것이다. 미국 상업은행의 부실비율이 총여신의 1.16%인 것을 감안한다면 6대 시중은행의 부실은 위험스러운 수준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대출을 담보위주에서 신용위주로 전환해야 하고 부실채권 관리방식도 미국처럼 엄격해야 하는 만큼 이번 부실채권정리는 관련은행의 신용에 일시적 타격이 가더라도 철저해야 한다.
재경원은 부실채권인수업무와 관련, 우선 성업공사를 채권추심전담회사로 전환하고 은행들이 어느 정도 정상화된 뒤에 일반채권추심회사의 설립을 허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성업공사의 부실채권인수 과정에서 은행에 큰 특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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