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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의 신화와 반신화/한기봉 특집기획국 편집위원(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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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의 신화와 반신화/한기봉 특집기획국 편집위원(앞과 뒤)

입력
1997.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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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유명해져 우리에게 돌아왔다. 「성공」과 「신화」의 자랑스런 주인공으로. 케이블 TV, 공중파 TV들은 경쟁적으로 LA 현지에 달려갔다. 시사교양·쇼 프로그램, 심지어 뉴스 등을 통해 그가 스타로 만들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과 몇 달.재미교포 이승희. 27세. 163㎝. 47㎏. 오하이오 주립대 의예과 중퇴. 플레이보이지 누드모델. 인터넷 인기누드모델 베스트5.

이것이 그의 하드웨어다. 여기에 한국을 떠난 지 20년이 되었어도 우리말을 잘하고,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았으며, 들어가기 어려운 의대에서 A학점을 받을 만큼 공부를 잘했다는 등의 소프트웨어가 곁들여졌다.

그의 생은 「인간승리」, 「아메리칸 드림」의 드라마로 포장됐다. 영화출연과 누드사진집 출간을 위해 그는 다음달 서울에 온다고 한다. 이쯤되면 「금의환향」?

그는 개인적으로 성공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자랑스런 한국인인 양 묘사돼야 할까? 누드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해 우리의 정서가 언제부터 그토록 너그러워졌는가?

이승희는 아직도 남몰래 훔쳐봐야 하는 성인잡지의 발가벗은 모델들과 다르지 않다. 플레이보이지에 벗었다 해서, 인터넷 조회건수가 많다고 해서 격이 올라갈 수는 없다. 플레이보이지는 여전히 한국에서는 음란도서다. 인터넷의 음란성은 청소년 문제의 하나다. 이승희에게는 관대하고 우리 연극이나 소설이 좀 벗으면 외설이다, 퇴폐다 떠드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이승희 신화만들기」. 그것은 「아메리칸 드림」, 「장한 한국인」이라는 포장 속에 실은 억제되고 통제된 영역에 대한 우리의 은밀한 관음증을 충족하려는 모두의 공모가 아닐까? 혹시 동양인의 신체적, 성적 콤플렉스에 대한 보상심리는 도사려 있지 않을까? 국내 성인잡지의 누드는 음란하고, 플레이보이지의 누드는 예술인가? (나는 누드모델을 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직업으로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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