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의 대미접근 4자회담에 활용해야/김용호(이렇게 생각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의 대미접근 4자회담에 활용해야/김용호(이렇게 생각한다)

입력
1997.04.14 00:00
0 0

4자회담이 제안된 지 1년만에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3월초에 열린 3자간 설명회에 이어 16일 후속회의가 열리게 됨에 따라 비로소 긴 터널을 빠져 나온듯 기대를 갖게 된다. 지난 1년동안 북한의 미온적 반응으로 회담성사에 대한 시각이 대부분 부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미국과의 대화만을 고집하던 북한이 4자회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이 그토록 바라는 대미 관계개선이 4자회담 성사와 철저히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문제를 비롯해 미사일 수출, 미군 유해송환 등 숱한 카드를 만들어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들이는 등 탈냉전기 대외정책의 기조를 대미 관계개선에 두고 있다.

하지만 4자회담 제의후 북·미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준고위급회담이 4자회담 개최와 맞물리게 됐고 이에 대한 한·미간의 공조도 요지부동이었던게 사실이다.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4자회담의 성사 없이는 대미접근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쌀지원 등 각종 대북지원이 4자회담 성사 이전에는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끝까지 밀어붙인 때문이다. 북한도 극한상황에 이른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한과의 대좌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남한과의 단독대좌보다는 4자회담이 차라리 모양새가 좋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다.

결국 북한은 대미 관계개선을 통한 쌀지원 등 실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4자회담 수락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이다. 즉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적보다는 대미 관계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4자회담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여전히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체제 수립은 북·미간에 이뤄져야 하며 남한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방송을 되풀이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의 기본전략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4자회담을 통한 전술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50년간 적으로 간주해 오던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할 정도로 북한의 외교는 철저히 현실적이다.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북한이 원하는 카드를 써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북한이 현시점에서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은 대미 관계개선이다. 이것을 4자회담에 충분히 활용하자는 얘기다.

북한이 아직 4자회담을 완전히 수락한 것은 아니다. 추가 예비회담을 고집하면서 식량지원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거나 북·미 준고위급 회담에만 집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국과의 공조만 유지된다면 북한을 우리 의도대로 요리할 수도 있다. 문제는 미국과의 공조를 공고히 할 대안과 이 과정에서 자칫 불거져 나오기 쉬운 주도권 논의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가에 있다. 북한의 대미접근이 노리는 것중의 하나는 한·미간의 갈등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민족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