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력 잃은채 해법 제시못해/비난여론에 “침묵” 묵계설 의심/한보 국난 공동책임 몰릴수도정치권이 대혼란에 휩싸여 있다.
「정태수 리스트」의 베일이 하나 둘씩 벗겨지면서 여야 정치권이 아득한 심원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여야 각당 지도부는 연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해법찾기는 난망이다.
한편에서는 음모론이 춤추고 있다.
그러나 「3김씨」는 정작 말이 없다. 3김씨는 과연 한보 스캔들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일까. 자신의 2인자를 포함, 여야의 중진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상황에서 3김씨는 일단 비켜서 있는 듯 보이는게 사실이다.
정치권을 향해 들끓는 비난여론은 궁극적으로 3김씨에게 돌아갈지도 모른다. 어차피 기성정치를 주도해 온 3김씨는 도덕적인 상처를 감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3김씨는 「무혐의」이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그렇다. 한보특혜비리사건 및 정태수 리스트와 관련, 3김씨에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을 길이 당장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난번 영수회담에서 김현철씨 문제에 대한 3김씨의 묵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느냐는 일각의 문제 제기도 「3김의 침묵」에 대한 의구심의 일단이라 볼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정치적 구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격랑을 헤쳐나가기 위한 그 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못한채 그저 검찰 수사결과만을 바라보고 있다. 김국민회의총재의 미국방문이 왜 하필이면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과거의 관행에 비춰보면 현재 진행중인 검찰수사는 가히 파격적이다.
일체의 성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사법부의 「대쪽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검찰도 핵심을 제대로 추적하고 있느냐는 의혹과 감시의 눈초리를 여전히 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의 범주에서도 검찰은 예외가 아니다. 검찰수사에 대한 해석은 이처럼 긍·부정적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보정국 이후의 정치상황을 전망하는 일차적 잣대는 「3김정치」와 「3김청산 정치」의 대결 결과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김씨는 우선적으로 한보 물살의 유속이 약해지는 시점에서 구심력의 복원을 꾀하려 들게 틀림없다. 한 김씨는 정권재창출을, 나머지 두 김씨는 정권교체라는 부동의 목표를 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보 스캔들의 상흔이 아무리 심하더라도 3김씨는 확고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또다시 권력게임의 중앙무대에 오르려 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여기서 3김청산 정치의 역류를 만나게 되어 있다. 신한국당의 일부 대선예비주자와 야권의 비주류인사들은 물론 재야의 국민세력들은 이른바 「한보 국난」의 책임을 3김씨에게 물으려 할 것이다.
3김과의 차별화는 야당의 두 김씨를 상대로 한 여권대선예비주자들의 공동전략이다. 따라서 만에 하나 3김씨가 정계재편이나 권력구조개편 등의 새로운 모색을 주도하려 든다면 이는 당장 3김청산 정치의 저항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3김정치의 마지막 딜레마이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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