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보기가 두렵다. 자고나면 터져나오는 새로운 사실에 경악할 뿐이다.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라는 출처불명의 새 명단이 매일 아침 신문의 머리기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보라는 부도덕한 기업과 정태수라는 파렴치한 기업인이 국가를 농단하고 정치를 우롱하는 현실 앞에 정치권은 지금 대혼돈의 상태에 빠졌다. 한보로부터 깨끗하지 못한 돈을 받은 선량이 적게는 33명에서, 많게는 56명선이라고 한다. 아니 어쩌면 그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 그 많은 정치인들이 어떻게 한보라는 1개 기업의 재벌놀음에 똑같이 연루되었는가 하는 것이 더 충격이다.보도된 당사자들은 관련 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고 한다. 그것은 앞으로의 조사가 밝혀낼 일이다. 그러나 지금 시중의 관심은 부도덕한 정씨로부터 「누가 돈을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가 아니다. 정치권 전체가 흙탕물이라도 뒤집어쓴 지금의 형국이 과연 우리 정치를 올바로 끌고갈 수 있겠느냐에 있다. 차제에 정치판을 다시 짜야 한다느니, 빅뱅이 불가피하다느니 하는 시중의 수군거림이 점차 세를 더해 가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12일자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국회의 정상, 여야 핵심인사들까지 한보로부터 거액의 로비자금을 수수한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치판 어느 구석도 한군데 온전한 곳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열화와 같은 국민적 요구에 따라 국회가 특조위를 구성, 한보비리의 실체적 진실을 캐고 있는 이때 국회의 지도적 인사들이 문제의 추문에 관련되었다면 이는 국회의 위신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특조위 활동의 신뢰성에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느냐는 빈정거림이 나올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정치판은 지금 전에없는 대혼란을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앉아서 바라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혼란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태해결의 가닥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검찰이 이른 시간내에 이들의 혐의사실에 대한 수사를 완료해 법적인 결론을 내줘야 한다고 본다. 물론 수사결과는 지체없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사안의 경중을 가려 조기에 매듭을 지음으로써 최소한 우리 사회의 붕락현상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혼란상태가 지속되면 우리 사회는 영영 복원력을 상실할 우려마저 있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정치고비용구조를 그대로 둔채 개혁의 깃발을 쳐들었다가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있는 문민개혁의 허점을 거울삼아야 할 것이다. 현명한 국민일수록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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