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대거연루 “3김 도덕성에 상처”/줄줄이 소환땐 한국정치사 “일대 변란”/기성정치 염증심해 새판짜기 불가피정치권이 「정태수 리스트」의 물살에 뿌리부터 녹아내리고 있다. 「리스트」의 파괴력이 예상 수위를 어마어마하게 뛰어넘고 있다.
검찰이 33명의 정치인을 소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치권은 이미 휘청거리고 있다. 그러나 소환대상자 숫자는 리스트에 속하는 거물들의 면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리스트에는 신한국당의 김수한 국회의장 김윤환 고문 서석재 의원 등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현직 국회의장이 검찰에 소환된다면, 정치권은 경악의 아수라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민정계 대표적 중진인 김고문, 민주계 좌장격인 서의원도 소환된다. 김영삼 대통령,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김종필 총재를 제외한다면, 이들은 이미 소환대상자로 발표된 신한국당 김덕룡 의원과 함께 현 정치권의 대표적 인물들이다. 거물 중진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10여명이나 검찰로 불려가 조사받는 경우는 한국정치사에서 초유의 사건이자,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소환대상자의 밑그림을 보면, 여야의 중진들이 골고루 포함돼있음을 알 수 있다. 가히 정치권의 일대 변란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김대통령의 측근인 민주계 중진들, 김대중 총재의 측근인 권노갑 의원, 김종필 총재의 측근인 김용환 의원이 소환대상이라는 점은 간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는 한국정치를 이끌어가고 있는 3김씨의 도덕성에 상처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정치권 변방의 중심인물인 국민회의 김상현 의원, 신한국당 민정계중진인 김윤환 고문의 소환은 기성정치인의 부도덕성으로 등식화할 수도 있다.
검찰의 리스트 수사가 이처럼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면, 정치판이 과연 온전하겠느냐는 의문마저 제기된다. 이 소식을 들은 여권의 한 인사는 『검찰의 리스트 수사가 끝난 후에는 정치권의 상층부는 폐허가 될 것』 이라고 탄식했다. 굳이 이 인사의 넋두리가 아니더라도, 검찰 수사후 정치권이 새 판을 짜야하는게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 내부에서 심심치않게 대두되고 있다. 반면 정계재편이 분위기상으로 무르익고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않다. 우선 검찰의 소환수사가 정치대란을 우려, 극히 극소수만을 사법처리하고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들 중진들을 1차 수사때 소환하지않은 배경에는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있지만, 뇌물 등의 대가성이 없다는 측면도 있다. 검찰소환이 정치권에 대한 도덕적 파산선고는 될 수 있을지언정 곧바로 정치적 사망선고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이다.
또한 3김씨가 정치판이 통제불능에 빠져드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공감대 아래 봉합의 노력을 할 수도 있다. 다른 정파의 중진의원들도 더이상의 파란이 공멸로 이어진다는 위기의식을 공유, 이에 조력할 수 있다.
지역분할구도가 공고한 한국정치의 특수성도 정치대란을 소란으로 축소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아무리 도덕적으로 단죄받아도, 3김씨의 측근들은 자신들의 텃밭에서 선거를 통해 다시 살아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그동안 여러차례 입증돼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는게 중론이다. 3김 정치, 지역분할구도에 상당수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고, 법과 현실 사이에서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현 정치구도에 대한 환멸도 대단하다. 국민정서가 정치쇄신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에 현 정치권은 생존을 위해서도 뭔가 새 판을 짜는 몸짓이라도 보여야할 형편이며, 그 몸짓은 궁극적으로 정치권의 일대 변혁으로 돌변할 개연성은 농후하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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