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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민주계/음모설 제기 반발·전열 정비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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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민주계/음모설 제기 반발·전열 정비중에

입력
1997.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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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중진 소환대상 포함 큰 타격정태수리스트 유출과 관련, 신한국당 민주계가 음모설을 제기하며 조직적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 검찰의 소환대상자에 민주계 핵심중진인 김수한 국회의장과 서석재 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민주계는 벼랑끝 선택을 해야 할 입장에 처하게 됐다.

정태수리스트 재출현 이후 일방적 수세에 몰려있던 민주계는 최근 「반민주계」를 상대로 본격적인 전선형성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대회전을 앞둔 전열정비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러나 이 작업을 진두지휘해온 서의원과, 국회의장이란 직분에도 불구하고 민주계 3선이상 중진의원 회동체인 민주화세력모임에 적극 참여해온 김의장이 정태수리스트에 포함됨으로써 민주계는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사실 지난 며칠간 민주계의 움직임은 대단히 긴박했다. 지난 9일 김덕룡 서석재 김정수 의원 등 민주계 세 중진이 최형우 고문 문병후 모임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10일에는 서의원이 김무성 의원 등 민주계 초선의원들을 한꺼번에 만났고, 11일에는 김덕룡 서석재 김명윤 김정수 서청원 의원이 긴급 회동했다. 12일에는 민주화세력모임에 참여하는 민주계 3선이상 중진 17명이 회동키로 돼 있다. 민주화세력모임은 또 오는 14일께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바로 다음날인 15일 전체모임을 가질 계획을 세워놓고 있던 터였다.

비장감마저 감돌았던 민주계의 잇단 회동은 「더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한 생존본능의 결과물이었다. 검찰의 정태수리스트 수사가 민주계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징후가 농후한 마당에 민주계가 손놓고 있게 되면 결국 일패도지하게 된다는 것이 민주계의 현실인식이었다.

민주계의 상당수 의원들은 정태수리스트를 조직적으로 유출하는 세력이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오면 그동안의 일부 언론보도가 터무니 없다는 사실이 밝혀질 터이지만, 최형우 고문과 김덕룡 의원 등 리스트에 거명된 의원들은 이미 그 자체로 회복하기 힘든 정치적 상흔을 입게 됐고, 이는 집권세력인 민주계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음로론을 제기 한 측은 「음모의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 『좀더 두고 보자. 논의중이다. 아직은 말할 수 없다. 그럴 시기도 아니다』라고 말을 자르면서 『내부결속을 위해 외부의 가상 적을 만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역음모론 제기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도 했다.

민주계의 음로론 제기에 대해선 그러나 민주계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음로론을 제기하는 측이 추정하고 있는 앤티(Anti)집단은 ▲특정 대선주자와 연계된 검찰내부 세력 ▲TK를 중심축으로 하는 범 보수세력 ▲김현철게이트를 희석시키기 위한 여권내 특정세력 등이지만 어느 것 하나 구체적 현실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적잖은 민주계 의원들은 음모론 제기가 오히려 민주계의 입지를 옥죄는 부메랑이 될 개연성을 우려했던 것이다. 서의원과 김의장의 한보사태 연루사실은 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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