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은 국내 최고 수준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수도꼭지는 「밸브」의 기본적인 형태다. 수도꼭지 없는 수도관을 연상할 수 없듯이, 파이프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유체의 흐름을 막거나 변경시키거나 제어하는 밸브가 있다. 물이나 가스, 기름 등을 운반하는 파이프망이 마치 인체의 혈관처럼 얽혀있는 대규모 공장의 경우 밸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 본사와 공장을 둔 (주)서흥금속(대표 양주현)은 20년 가까이 대형 플랜트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자부심 하나로 「산업용 밸브」를 만들어온 전문업체다. 80년대초 영하 190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초저온용 밸브를 국산화해 주목을 받았던 서흥금속은 현재 일반 공장으로부터 석유화학플랜트, 수·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에 이르기까지 주요 산업시설의 요소요소에 자체개발한 밸브를 설치하고 있다.
특히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원자력밸브에 관한 한, 국내 제일의 기술력을 자부하고 있다. 88년 원자력밸브를 개발한데 이어 과학기술처로부터 원자로시설 생산업체로 선정된 이 회사는 영광 3·4호기, 울진 3·4호기, 월성 2·3·4호기의 원자로에 밸브를 설치했고 건립연수가 오래된 고리발전소에도 교체용 밸브를 전량 공급했다.
국내뿐이 아니다. 연간 500만달러 규모의 산업용 밸브를 수출하고 있는 서흥은 80년대말부터 일본의 3대 엔지니어링사의 하나인 재팬가스코퍼레이션(JGC)을 비롯, 미쓰이조선, 미쓰비시(삼릉)헤비인더스트리즈 등 대형 업체들의 플랜트에도 밸브를 납품하고 있다. 서흥 밸브는 해외업체들로부터 작동성과 안전성이 뛰어나고 정확하다는 호평을 받으면서 95년부터는 「SAVE」라는 독자브랜드로 수출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아직도 국내 대기업들은 지나칠 정도로 외제 밸브만을 선호한다는 점. 국내 정유회사나 철강회사중에는 심지어 서흥이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일본에 수출한 제품을 몇배나 되는 값에 다시 역수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수동식 단조밸브 분야에서 다양한 노하우를 쌓아온 서흥은 최근들어 「밸브에 두뇌를 얹는 작업」에 전력을 쏟고 있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유체의 양과 압력, 온도, 속도 등을 자동조절하는 이른바 「콘트롤밸브」분야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100평당 100톤을 생산하던 시대에서, 50평당 200톤을 생산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는 만큼 밸브도 더욱 고도화·정밀화·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서흥이 이처럼 밸브의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중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촌각을 다투는」 기술력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이회사의 밸브기술연구소장 민경화씨는 『밸브는 단순한 기계덩어리가 아니라 컴퓨터 못지않게 개발가능성이 무한한 첨단 분야』라며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산업용 밸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변형섭 기자>변형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