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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명분 ‘일거양득’/미,자이르 모부투정권 지지 철회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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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명분 ‘일거양득’/미,자이르 모부투정권 지지 철회 속셈

입력
1997.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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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부투 세세 세코 대통령이 32년간 자이르를 철권통치하도록 배후 지원해 온 미국이 드디어 그를 매몰차게 내팽개쳤다.미국은 8일 『모부투정부는 이미 끝난 정권』이라며 『자이르 현정부는 민주적 정권 이양에 나서라』고 압박을 가했다. 냉전시대 모부투를 앞세워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와 영향력 경쟁을 벌여온 미국이 모부투 정권의 「사망」을 선언한 셈이다. 미 국무부는 한술 더떠 반군을 정권 대체세력으로 인정했다. 심지어 『미국은 현재 반군지도자와 일주일에 2, 3차례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미국이 내전이 계속중인 상황에서 다소 성급하게 비쳐질 수 있는 행동을 택한 이유는 프랑스를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지난해 9월 자이르 내전발생 직후 모부투를 적극 지지해왔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악명높은 독재자로 낙인찍힌 그를 자국에 불러들여 전립선암을 치료하도록 협력한 것도 프랑스였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초 『자이르를 대표하는 최적임자는 모부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이르 반군이 내전을 주도하면서 프랑스의 이니셔티브는 오히려 뼈아픈 외교 패착으로 직결됐다. 사태를 관망해 온 미국이 결정적 순간에 반군을 지지함으로써 추후 자이르정권은 물론 주변 중앙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아울러 모부투정권이 붕괴되면 미국은 말썽많은 독재자를 축출했다는 도덕적 명분까지 내세울 수 있는 등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한 듯하다.

미국에 버림받은 모부투는 정권존립을 위해 막바지 안간힘을 쓰고 있다. 8일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자신과 권력투쟁을 벌여 온 에티엔 치세케티 총리마저 9일 전격 해임했다. 하지만 로랑 카빌라가 이끄는 투치족 중심의 반군은 영토의 절반을 점령한 채 수도 킨샤사로 맹진격할 태세이다.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이미 때가 늦었으며 모부투 정권의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32년전 모부투의 쿠데타를 지원해 아프리카에 교두보를 마련했던 미국은 이제 그를 용도폐기함으로써 또한번 두둑한 실익을 기대하고 있다.<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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