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서 혜정·경순씨 극적 상봉일제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54년간 중국에서 살다 폐암에 걸려 영주귀국,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 정수재(72) 할머니가 10일 하오 2시30분 서울중앙병원 병실에서 여동생 2명, 조카들과 상봉했다.(본보 9일자 34면 보도)
동생을 찾는다는 정할머니의 기사를 보고 부산에서 급거 상경한 첫째 여동생 정혜정(66)씨와 둘째 여동생 경순(61)씨는 『언니가 죽은줄 알고 20년 전부터 제사를 지내왔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울부짖자 정할머니는 『살아서 다시 만나게 되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목놓아 울었다. 혜정씨는 『신문에서 본 언니 모습이 기억하고 있던 것과 똑같아 동생과 연락해 바로 비행기를 타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둘째 동생의 막내딸인 조카 강혜경(35)씨는 『엄마한테 큰 이모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며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얼굴이 너무 닮았다』고 말했다.
정씨 가족은 1943년 당시 18세였던 정할머니가 군대위안부로 끌려간 뒤 10년후인 53년 한국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내려가 살아왔다. 그러나 아버지는 당시 병때문에 함께 피란하지 못하고 전쟁중 고향 충남 강경군 강경읍에서 사망했고 큰오빠 판순(73)씨는 20년전 연락이 끊겨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막내동생 영식(56)씨는 93년 맹장수술을 받다 사망하고 부산에는 올케와 조카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할머니는 북받치는 감정으로 『엄마는 어디있냐』고 물었다가 혜정씨가 『7년전 노환으로 돌아가셨다』며 사진을 보여주자 『엄마야』라며 54년간 참아왔던 그리움을 한순간에 터뜨렸다. 정씨 가족은 정할머니의 병세가 호전되는 대로 정씨 어머니가 묻혀있는 경남 양산군 석계면 솔밭공원묘지에 모셔갈 계획이다. 정씨는 현재 폐암 3기말로 암세포가 혈액까지 침투돼 수술은 불가능하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통해 최장 2년까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홍덕기 기자>홍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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