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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쓰는 「양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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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쓰는 「양심의 편지」

입력
1997.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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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여명 무임승차 등 뉘우치며 보내/유한공고 최해규 교사 94년부터 지도『학교에서부터 양심교육을 올바르게 실천해 왔다면 한보사건따위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한공고(교장 공주열(62) 최해규(59·국사) 교사는 94년부터 제자들에게 「양심의 편지」를 쓰게하고 있다. 학창시절의 사소한 잘못일지라도 철저한 반성을 거치지 않으면 결코 바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신념때문이다. 최교사는 최근 수업시간에 한보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너희들중 조그만 물건 하나 훔친적 없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며 『세상을 탓하기 앞서 스스로의 잘못부터 뉘우치는 사람이 되라』고 충고했다.

이날 건축과 2년 홍모(17)군은 곧바로 애경백화점에 편지를 썼다. 중학교 2학년때 심부름을 갔다가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요구르트 한 병을 몰래 꺼내마신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 『철없던 어린시절의 행동을 용서해 주십시오』라는 편지와 함께 요쿠르트값 5백원과 양심을 판값 5백원을 합친 1천원짜리 지폐한장을 우송받은 백화점측은 『작지만 진솔한 고백이 우리가 잃어가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었다』고 오히려 홍군에게 고마워하는 답장을 보내주었다.

지금까지 최교사의 지도로 「양심의 편지」를 쓴 학생은 줄잡아 2백여명. 1백원만 내고 버스를 탄 학생, 지하철을 무임승차한 학생, 길에서 주운 1천원을 그냥 써버린 학생 등등. 버스를 무임승차했던 한 학생은 지난달 말 해당 버스회사에 보낸 편지에서 『저같은 사람 때문에 기사아저씨들이 파업을 하는 것 같아 무척 죄송하다』고 반성했다.

최교사는 『양심의 편지는 받는 어른들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학생들을 격려해주는 답장 회신율이 고작 10%선에 불과하다』고 서운해 했다.<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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