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5∼6%·적자 200억불선”/경기회복은 내년초에나 가능할듯/긴축통한 적자축소·구조개혁 주문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KIET)이 10일 올해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어려워질 것 같다고 전망, 경기불황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지난해(7.1%)보다 조금 낮은 6%대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노동법 개정에 따른 파업과 한보 삼미 등 대기업의 연쇄부도 등이 겹치면서 「5%대 성장」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KDI가 가장 높은 6.0% 성장을 예상한 반면 KIET와 금융연구원, 민간연구소들은 4.7∼5.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전망치를 평균하면 5.5%에 불과하다. 또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지난달 『경제성장이 5%대에 그치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고 밝혔듯 정부 전망치도 연초 「6%내외」에서 5%대로 낮아졌다.
경기침체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KDI는 이와관련, 「97년도 경제전망과 거시정책방향」보고서를 통해 『2월말 현재 생산 및 재고 증가율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어 경기저점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지난해이후 둔화추세를 지속하며 2월중 78.3%까지 하락한데다 재고율지수가 경기저점인 93년 1월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KDI는 물론 한보사태나 대선에 따른 정치사회적 불안요인 및 고용불안 등이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으며,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KIET도 이날 『파업과 한보 부도 등의 여파로 경기가 연말까지 하강하다 내년초에나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 불황의 터널을 벗어날 시점을 아직까지는 가늠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불황의 파고는 어떻게 넘어야 하는가. 정부가 최근 인위적인 부양책없이 구조조정에 힘쓰겠다고 밝힌 것처럼 KDI도 긴축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여나가면서 구조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경제운용방향과 관련, 그동안 KDI 등의 의견을 참조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KDI가 제시한 방안들이 향후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KDI는 우선 수출단가가 하락하고 교역조건이 단시일내에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고, 재정 및 통화긴축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때문에 올해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당초 155억달러에서 196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재정긴축과 관련해서는 경상성장률이상으로 책정된 예산증가율을 단계적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는 한편 비효율적인 투자를 줄여야한다는 게 KDI의 주문이다. KDI는 비효율적인 투자의 예로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한 석탄산업 구조조정 사업 및 농어촌구조개선 사업 등을 들었다.
이와함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원활히 하기위해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한편 고속도로통행료 등 SOC사용료를 인상,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춰 통화를 긴축운용해야 하며, 다만 기업들의 일시적인 자금난에 따른 부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신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성장률 하락에 따른 고용불안에 대비, 성과급위주의 임금계약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임금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경기가 회복된 뒤 배당금 또는 주식환수를 통해 보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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