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에 관한 논란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네이처 제네틱스」라는 학술지 4월호는 미국 클리블랜드 소재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학의 윌라드 박사팀이 사람의 인공염색체 합성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연구 결과는 사람의 신체를 단순히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과학자의 의도대로 인체 유전형질을 개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복제양 출현 이상으로 생명윤리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그에 따른 윤리적인 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연구자의 입장에서 유용성을 말하고자 한다.사람의 유전형질을 결정하는 총괄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염색체는 사람마다 모두 46개(23쌍)씩 가지고 있다. 이 염색체 자체에 결함이 있으면 유전병이 생기게 된다. 유전병은 한 유전자의 결함에 의한 멘델식 유전병군과 복수의 유전자의 결합에 의한 복합요인적 유전병군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그 규모가 비교적 작고 간단하여 현재 대부분이 해명되었다. 그러나 후자는 관여하는 유전자군이 복수인 관계로 크기가 너무 커져서 이 유전자들을 담아서 연구할 마땅한 그릇(벡터)이 없었다.
말하자면 큰 그릇이 없어 요리에 제한을 받아왔는데 이번 윌라드 박사팀의 연구결과로 염색체 자체를 벡터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응용하여 결함을 가진 유전자를 정상의 유전자와 바꿔넣는 일도 가능하므로 다운증후군과 같은 유전병은 물론 유전적인 요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든 질병을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아직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이 발명은 학문적으로나 과학사적으로 어떤 분기점이 될 만큼 중요한 업적임이 분명하다.
또한 현재 전세계 선진국에서 온 힘을 기울여 수행하고 있는 게놈해석 연구사업의 결과 모든 유전자의 염기 배열이 늦어도 다음 세기 초반까지는 다 밝혀질 것이다. 이렇게 알려진 유전자의 염기배열과 기능에 관한 지식을 재료로 하여 사람의 염색체와 똑같은 인조염색체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를 토대로 대부분의 질병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복제양이나 인조염색체나 게놈해석 연구사업 모두가 선진국의 몫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러한 연구에는 우주왕복선을 짓는 것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아인슈타인 같은 대 천재의 두뇌를 빌려야할 성질의 연구도 아니다. 단지 시간과 정보와 집중력의 싸움인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연구중 일부는 경쟁력이 선진국에 못지않은 것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결과가 아직 미미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혹시 우리가 너무 조급하여 눈 앞의 결과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 우리도 꿈이 있는, 그리고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필요한 이 연구들에 적극적인 투자와 기반 구축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아닌가 한다.<생명공학연구소 선임연구원>생명공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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