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주먹’ 통해 가부장제 허상 풍자우리 언어의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창작극이 하나 선보였다. 「남자충동」(극단 환 퍼포먼스). 장난감 쓰듯 회칼을 놀리는 목포 「주먹」들을 통해 폭력의 충동을 그리고 있다. 연극에까지 조직폭력배인가 싶지만 힘과 권위의 남자를 요구하는 가부장제를 빗댄 작품이다.
『피가 그렁만. 뻘건 기 둑둑 떨어지믄 겁이 낭게. 사기 저하여. 기가 죽응게. 이거 휘둘믄 분위기 살벌허제…』
목포 밤거리에서 막 올라온듯한 「징헌」 말투. 그리고 둥둥 가슴뛰는 베이스기타의 어울리지 않는 만남이 이 목포판 「대부」의 독특한 정서다. 무거운 음색과 퇴폐적인 선율을 타고 『머이매 멋져, 가이내 이뻐…』하고 부르는 노래는 남성적이면서 현대적인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주인공 장정은 노름에 빠진 무능한 아버지 대신 가족을 맡은 장남. 그는 「가족=패밀리=마피아 조직」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다. 보스로의 성공이 장정의 목표이며 다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아끼던 여동생 달래의 칼에 죽는다는 줄거리다.
폭력적인 내용이 주제를 가리는 면이 흠이지만 그래도 연출자 조광화(32)씨의 탄생은 중요한 성과로 꼽게 된다. 92년 문화일보를 통해 등단, 「종로고양이」 「황구도」 「귀천」 「아! 이상」 등 왕성히 작품을 써온 그가 연출로 데뷔해 자신의 작품을 객관화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자신의 작품 「여자의 적들」의 속편으로 『강해야 한다는 억압, 강하지 못한 콤플렉스로 폭력에 의존하게 되는 본능이 가부장제 안의 남자들에게 지워진 짐』이라고 설명했다. 독백과 방백을 빼곡히 채워넣어 남성이데올로기의 뒤안길을 살펴보는 장치로 마련했다.
장정 역의 안석환씨는 남성의 과시욕와 허무함 사이를 유유히 연기하고, 목화 출신의 정진각(아버지 역) 황정민(어머니 역)씨가 든든히 뒤를 받쳐주고 있다. 자폐아 달래 역의 이유정씨, 차남 역 이남희씨 등 전 출연진이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리는 데 성공, 관람이 부담없다.
종합예술기획사로 재출범한 환 퍼포먼스(대표 송승환)는 막강한 기획력으로 젊은 작가·연출가를 지원하는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공연은 5월18일까지 화∼목 하오 7시30분, 금토 하오 4시 7시30분, 일 하오 3시 6시30분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36―8288<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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