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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발길따라 흙냄새 따라

입력
1997.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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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에 도시락,즐길 마음이면 준비끝/산천·선현의 숨결 느끼며 무작정 걷는다/최근엔 산채뜯기 등 테마트레킹이 인기정상이 아니라도 좋다. 마음내키는 대로 걷다가 힘들면 쉬어간다. 유서깊은 역사의 현장을 밟으며 갈피갈피에 깃든 선현의 숨결을 호흡한다. 간단한 도시락 외 다른 장비는 필요없다. 즐긴다는 마음과, 걸을 수 있는 두 다리만 있으면 충분하다.

트레킹(Trekking). 사전적 의미는 짧은 여정의 도보여행.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를 타고 집단 이주한 데서 유래한다. 발길 닿는대로 정착지를 찾아 나서는 원주민들의 생존방식이 미주, 유럽에서 오지를 탐험하는 모험여행으로 자리잡았다. 10명 안팎이 팀을 맞춰 5,000m이상의 히말라야나 티베트고원 등의 오지를 탐험한다.

그러나 국내는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이같은 모험성 여행보다는 풍물, 답사 여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수려한 산천과 역사가 깃든 코스를 걸으며 둘러보는 것이다. 물론 마냥 둘러보는 것만은 아니다. 그 지역의 지리와 생물, 역사와 문학을 함께 배운다. 우리 강토의 아름다움은 지역마다 없을 리 없지만 전설과 민담 등의 구비문학을 통해 더욱 절절해진다. 역사와 그 의미를 깨치고 난 뒤 바라보는 산과 강은 그저 심상한 눈으로 보는 산과 물에 비할 수 없다.

트레킹은 보통 하루 8∼15㎞를 걷는다. 시간은 5∼6시간. 어디까지 가야한다고 못박아 놓지는 않는다. 목적지에 대한 부담이 생기면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다가 문화유적이라도 나오면 잠시 쉬면서 강의를 듣고 또다시 장정에 오른다.

종주나 등정을 하는 산행과는 달라 특별한 장비는 필요없다. 등산화 대신 운동화를 신고 지도와 물통, 도시락을 넣은 작은 배낭만 있으면 된다. 답사와도 다르다. 답사가 버스에서 내려 문화유적을 찾아 강의를 듣는 것인데 반해 트레킹은 걸어가며 유적지를 들르고 다시 장정에 오르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제를 가진 트레킹인 테마트레킹이 인기를 끌고 있다. 봄이면 산나물을 배우고 뜯으며, 진달래 철쭉 등 야생화를 구경하면서 걷는다. 여름이면 계곡과 섬으로 트레킹을 나서고, 가을이면 억새 트레킹, 겨울에는 흰 눈을 찾아 떠나는 트레킹 등이 있다. 또 새해 첫날이면 해돋이 트레킹, 6월이면 전쟁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전쟁유적지 트레킹도 있다.

지금은 산나물과 야생화 트레킹이 제철. 산나물 전문가가 취나물 두릅 고사리 참나물 더덕 쑥 곰취 미역취 고려엉겅퀴 등 각종 산나물을 식별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참가한 가족들은 능력껏 산나물을 채취해 집으로 가져간다. 하루 저녁 풍성한 봄의 만찬을 즐길 수 있다. 현장에서의 점심도 산채비빔밥.

국내에 트레킹이 보급된 것은 5∼6년 전 한국체육진흥회가 한국트레킹클럽(02―849―7077)을 설립하면서부터. 회원수만도 3,000여 명으로 한달에 4회정도 트레킹을 나선다. 이달 12, 13일에는 경주 보문단지와 남산으로 벚꽃길 트레킹을, 19, 20일에는 전남 여천 영취산으로 진달래 트레킹을 나선다.

답사모임 옛돌(02―275―4333)은 27일 산나물 트레킹을 나선다. 장소는 경기 가평군 외서면 북한강변에 위치한 고동산 사기막골. 일대를 돌아다니며 봄나물을 뜯고 멋진 통나무집 산장인 「늘푸른 나무처럼」에서 산채비빔밥 점심을 먹는다.<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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