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전 이석채씨 수차 만났다”/DJ에 30억 제공·북 황해제철소 불법투자 의혹 등 부인7일 청문회에서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철저한 부인 및 답변회피 전략에도 불구, 「정태수 리스트」 등 일부 사실이 확인됐다.
정씨는 신한국당 맹형규 의원이 처음 『김덕룡 김상현 김용환 의원 등에게 돈을 주었느냐』고 물었을때는 『기억에 없다』고 간단히 받아 넘겼으나 계속 『기억에 없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냐』고 추궁당하자 『제가 안했기 때문에 기억이 안난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돈을 건넨 기억이 난다』고 끝내 방어선 일부를 허물었다.
그러나 정씨는 곧 「전열」을 재정비, 이들을 제외한 다른 정치인에게 자금을 지원했는지 여부들에 대해서는 『있든 없든 재판중이라 말할 수 없다』며 명단공개를 거부했다.
정씨는 한보부도전 이석채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여러차례 만난 사실도 시인했다. 정씨는 『홍인길 의원이 가보라고 해서 96년 12월, 97년 1월 등 청와대에서 서너차례 만난적이 있다』고 실토, 이 전수석이 한보사건에 깊숙이 개입했을 개연성을 높여주었다.
또 정씨가 한보 부도직전 당시 임창렬 재경원차관에게 『한보부도처리는 사람 생니빼는 것이다. 부작용이 나면 몸 전체가 죽는다. 당신이 하수인 같으니 재경원장관에게 신중히 고려하라고 전하라』고 「협박」한 사실도 본인 진술로 밝혀졌다.
정씨는 그러나 한보비리의 핵심사안들인 대선자금 지원여부, 리베이트 수수, 한보철강 인허가 및 특혜대출 과정에서의 김현철씨 개입의혹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했다.
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후보측에 대한 600억원 지원설에 대해선 『그때 민자당 재정위원으로 있었기 때문에 (당에) 월회비를 내거나, 선거때 특별회비를 낸 적은 있으나 개인적으로 (김영삼 대표위원에게) 돈을 준 적은 없다』며 『그나마 공식 지원도 최대 10억원이 고작이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그때) 돈을 주지 않아서 여기 와 있는 것 같다』고 말을 돌리기도 했다.
정씨는 또 당초에는 『검찰이 (대선자금에 대해)수사를 해놓고도 안했다고 했다』고 했다가 곧바로 『그쪽도 조사가 됐으려니 한 것 뿐 확실한 것은 아니다』라고 번복하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나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에게 대한 대선자금제공 문제에 대해서도 『친분은 있지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진술, 예민한 사안들은 모두 피해 나갔다. 15대 총선직전 33억원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장부를 보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김현철씨와 관련해선 『고려대 동문으로 아들과 친구사이인 것으로 「아이들」한테 얘기들었다』며 『그러나 직접 만나거나 당진제철소를 방문했다는 보고는 받은 적이 없다』고 자신과는 무관함을 주장했다. 또 철강설비 도입과정에서의 2,000억원 리베이트 의혹은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며 『기업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누구나 웃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씨는 그러나 김대중 총재가 『정씨가 보낸 30억원의 대선자금 제공을 거절한 적이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적이 없다』며 공식부인했다. 결국 김총재와 정씨중 한 명은 명백히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밖에 황해제철소 투자 경위와 관련, 『선철수입은 실무자들이 한 일이어서 모른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 정부고위층이 개입된 의혹을 받고 있는 소위 한보의 「NK프로젝트」는 여전히 미궁으로 남았다.<이태규 기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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