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이 취임후 처음으로 오는 9일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그의 방문이 북한이 「무정부 상태」까지 간 것으로 전해지는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리는 통상적인 방문과는 다른 무게를 부여하게 된다.그는 이번 한일 순방에 앞서 이 지역의 안보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규모를 앞으로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확언했다. 이같은 발언은 그가 21세기 미국의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다.
그의 순방은 무엇보다 북한의 위기적 상황에 따른 대처방안을 논의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지금 「식량폭동」을 우려할 만큼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고, 최근 북한이 4자회담을 사실상 수락할 뜻을 시사한 것도 식량난을 덜어보자는 데 본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의 대북교섭에서 이같은 북한의 위기적 상황의 실체를 진실에 가깝게 파악한 것 같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진 샌디 크리스토프 동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얼마전 한 의원초청 간담회에서 식량·경제·에너지난과 정권내부의 노선투쟁, 김정일의 건강악화 때문에 『북한의 붕괴가 예상보다 이를 수 있으며, 붕괴과정의 관리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무력충돌 방지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미국이 이제까지의 「연착륙」정책을 사실상 수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코언 장관의 이번 한일 순방에서는 물론 두 나라가 동아시아지역 주둔 미군병력 10만명 중 80%이상이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맹방이라는 측면에서 냉전종식후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안보문제가 우선 논의될 것이다. 취임후 첫 동맹국 순방은 의례적 수준에 그치는 것이 관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때가 때인 만큼 그 구체적 목표가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3국의 군사적 대처방안들을 논의하는데 있어야 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주문이다.
대북문제 외에도 그의 한국방문에는 미제 대공 요격 미사일 구매문제가 제기될 전망이다. 우리측은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개발에 대처하기 위해 최근 러시아측과 SA시리즈 미사일 구매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전 배치보다는 이를 통해 미사일 기술을 얻고 북한의 미사일 운용체계와 대처방법을 연구하는데 유용할 것으로 국방당국은 믿고 있다. 값이 미제보다 싸고 러시아에 꿔 준 차관상환용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코언 장관은 방한에 앞서 이 문제를 의제에 올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군사공조체제를 확고히 유지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우리도 십분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자체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고 있으면서 러시아제를 훈련용으로 사오는 것까지 관여하려는 자세는 지나치다. 표현 또한 적절치 못했다. 이번 방한에서 이점 충분한 논의와 상호 이해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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