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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시달린다: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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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시달린다: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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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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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예방 나선 희생자 아버지/단순한 ‘애들싸움’이 아닙니다/외아들 자살후 모임 설립/학교주변 문방구 등서 대피소 역할 맡는 ‘청소년지킴이’ 활동95년 6월 중국에 출장중이던 김종기(50)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외아들 대환(가명·당시 15세·J고1)이가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것. 꿈을 꾸는 게 아닌가 몇번이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다. 중학교 2, 3학년때 반장을 지낼 정도로 모범생이던 대환이는 고교입학 이후 계속된 1년 선배 5명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외아들에 대해 아무런 낌새를 채지 못했던 자신을 질책하고 원망했다. 대환이를 「가슴에 묻고」 몇달동안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김씨는 11월 S그룹 전무자리를 박차고 나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을 설립,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

『아들 주검앞에서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너처럼 학교폭력으로 숨지는 아이가 없도록 하겠다」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재단을 세우고 활동하게 됐지요. 이 길만이 대환이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은 청소년 폭력상담을 주업무로 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 일선 학교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폭력 발생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전화, 우편, 직접 면담, PC통신 등을 통해 상담이 이뤄지며 전직 교사와 주부들로 구성된 상담교사 15명이 24시간 상담을 맡고 있다. 하루 상담건수는 30건 내외. 전화상담이 가장 많고 학생보다는 학부모가 상담해 오는 경우가 70%나 된다.

『저같은 처지의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랬습니다. 한번은 강원 동해시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1남7녀를 두고 있는 공무원이었지요. 아들이 실종돼 경찰에 신고했더니 같은 학교 학생 5명이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알려 왔다는 겁니다. 가해 학생들을 찾아내 죽여버리고 자살하겠다는 내용이어서 부리나케 수소문해야 했습니다. 몇시간동안 설득해 간신히 진정시켰습니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지난해 6월부터 청소년폭력 예방을 위한 「청소년 지킴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학교 주변 문방구, 약국, 비디오점, 미용실 등의 업주가 직접 청소년 보호역할을 하는 것으로 폭력 위협을 느낀 청소년이 언제고 들어 가서 도움을 청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재단측은 내무부의 협조를 얻어 전국으로 활동범위를 넓히는 한편 「지킴이」 업소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스티커를 제작해 업소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놓았다.

『1,200만 청소년의 절반 가량이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어디선가 학교폭력이 벌어지고 있을 겁니다. 「아이들끼리 싸울 수도 있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다가는 제2, 제3의 대환이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힘이 다할 때까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죽은 아들에게 조금이나마 사죄하는 길이겠지요』

청소년폭력 상담전화 (02)585-0098<염영남 기자>

◎어떤 가해청소년의 수기/“주위 무관심에 점점 더 나쁜길로 빠져”/폭력의 쾌감도 잠시/정신차리자 다짐했지만 누구도 나를 감싸주지 않아

『중학교 3학년 1학기초 성적이 떨어져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학교 주먹서클에 들어 갔습니다. 처음 서클에 들어갔을 때는 졸업한 서클선배들에게 맞는 게 일이었습니다. 동급생과 후배들에게 화풀이를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애들을 때리고 돈을 빼앗았는데 모두들 나를 무서워 하는 게 재미도 있고 어깨가 으쓱해져 자꾸만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됐습니다』

지방 A상고 3학년 김현수(18·가명)군은 『학교폭력의 원인과 폭력을 행하는 학생들에게 그런 짓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알리고 싶어서』 지난해 문화체육부의 수기 공모에 응했다.

『한동안 내 말 한마디면 학생들 사이에서 안되는 일이 없어 기분이 좋았지만 갈수록 경멸과 비난의 시선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 정신을 차리자」고 다짐하기도 했지만 당시 부모님과 선생님 누구도 나를 감싸 주지 않았어요. 성격은 점점 더 거칠어 졌고 심지어 집에서 동생에게 손찌검을 하게 됐지요』

그는 성적이 계속 곤두박질해 인문계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상고 입학과 함께 그는 새출발의 각오를 다졌지만 교내 환경은 그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선배들이 매일 몰려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한다며 급우들을 교실에 가둬 놓고 청소용구 등으로 마구 때렸습니다. 선생님들이 이런 무지막지한 집단구타를 몰랐을 리가 없을 텐데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어요. 서클 선배에게 맞아 양쪽 다리가 부러지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이까지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만만하게 보이면 계속 맞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동급생들에게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은 걸까요』

그는 지난해 가족들의 눈물겨운 설득으로 마음을 다잡아 지금은 차분히 사회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도 자신을 꺼리는 친구들이 있지만 그는 자업자득으로 받아 들인다. 『지금 주먹을 휘두르는 학생이 있다면 그만 두세요. 당장은 멋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학교와 가정이 문제학생들에게 좀 더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준다면 많은 학생을 선도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그게 가장 아쉬웠습니다』<유성식 기자>

◎학교폭력 대책은/가정­학교­사회 연계 통합 청소년 지도 필요

학교폭력은 중·고교를 중심으로 초등학교와 여학교 주변에 까지 퍼져 있다. 새롭고 지능적인 폭력유형이 잇따르고 있는 반면 이를 억제할 장치의 개발은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청소년 폭력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크게 개인의 심리적 요인과 입시위주의 학교교육, 유해한 사회환경 등으로 나뉘어 진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부부 증가와 핵가족화 진전으로 가정교육 기능이 약해진 것을 우선적인 문제점으로 든다. 과잉보호나 무관심으로 양극화한 청소년 교육은 매사에 공격 심리가 앞서는 가해자와 무기력하고 의지가 박약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

전인교육을 등한시하는 학교교육도 현존하는 폭력을 방치, 증가시키는 주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성적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장소가 돼야 할 학교가 단순한 입시준비 학원으로 전락, 학생들끼리 상대방을 경쟁상대로 인식하게 되면서 동료애가 희석돼 학교폭력의 방치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밖에도 폭력적인 장면을 거르지 않고 내보내는 매스 미디어와 학교 주변에까지 파고 들어 온 유흥업소 등 유해환경이 학교폭력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통사회에서 가정중심으로 이뤄졌던 청소년 교육을 현재는 학교가 독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가정, 학교, 사회가 삼각 연계체제를 갖춰 통합적인 청소년 지도가 가능해져야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부모와 자녀의 잦은 대화 ▲교내 특별활동 강화와 전문 상담시스템 확보를 통한 전인교육 확대 ▲청소년 유해업소의 엄격한 출입통제 및 청소년의 건전한 놀이 공간확보 등을 꼽았다.

한국 교원대 권이종 교수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정부는 학교안에 청소년 폭력 신고 전용전화를 설치하고 학교폭력을 엄한 법의 잣대로 다스려야 합니다. 물론 학교측도 불량학생이나 부적응 학생을 보호,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선도교육에 앞장서야지요. 현재 「청소년 폭력」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폭력문제는 내무부, 학교문제는 교육부가 관장하는 식으로 정부의 관할 창구가 갈라져 있어 일관성 있는 대책마련이 어려운 실정입니다』<염영남 기자>

◎자녀 폭력피해 10가지 징후

1.비싼 옷이나 운동화 등을 자주 잃어 버리거나 망가뜨렸다고 한다.

2.몸에 자주 멍이 들고 이유를 물어 보면 넘어졌다거나 다쳤다고 얼버무린다.

3.교과서나 공책에 『죽어라』 『죽고 싶다』와 같은 폭언이나 자포자기적 표현의 낙서가 있다.

4.자주 용돈이 모자란다고 하거나 부모 몰래 돈을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5.평소 잘 먹던 음식도 입맛이 없다며 손을 대지 않고 맥없이 풀썩 주저않기도 한다.

6.두통이나 복통 등을 핑계로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일이 잦아진다.

7.자기 방에 틀어 박혀 나오지 않거나 친구전화를 받지 않으려 한다.

8.친구나 선배에게서 자주 전화가 걸려 오고 난처한 표정으로 불려 나간다.

9.갑자기 전학을 보내달라고 한다.

10.멍한 표정으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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