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 “끝까지 입다물 것”… 돌발사태 우려도사상초유의 구치소 TV청문회를 앞둔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 진영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하다. 정씨와 3남 보근 한보그룹 회장이 구치소에 수감된 뒤 종근 원근 한근씨 등 나머지 형제들은 사실상 회사업무에서 손을 뗀 채 일체의 외부연락을 끊은 상태이고 옛 의전·비서팀은 검찰수사의 와중에 뿔뿔이 흩어져버렸다.
그러나 구치소 밖에 있는 정씨 아들들은 그동안 일주일에 3∼4차례씩 아버지를 면회했으며 정씨의 변호인단인 허정훈 정태류 서정우 변호사 등은 휴일인 6일 시내 모처에서 회동, 증언수위를 조절하는 등 마지막 전략마련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점은 대선자금 지원과 이른바 「몸통」 등에 관한 정씨의 폭탄발언 여부. 정씨의 측근들은 대체로 『정씨가 주요 사안에 대해 검찰에서 밝힌 것 이상은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로비 관행은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들어 불만을 토로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응이 최선책이라는 결론 아래 「자물통」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씨의 한 핵심측근은 『정씨는 사업을 한 사람이지 정치를 한 사람이 아니다』며 『정치 사안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을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씨측이 추가기소 등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데다 청와대측의 신경을 건드려 화를 자초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정씨의 한 측근은 『정씨가 아직 재기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정씨가 마지막 히든카드를 남겨놓으려 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씨의 변호인단에서도 일단 『폭탄발언은 무슨…』 『이전 상황과 변한 것이 없다』며 폭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기 어려운 TV생중계의 속성상 심상치않은 「사태」를 점치는 이도 있다. 한 측근은 『빈털터리가 된데다 아들까지 구속된 마당에 더이상 거리낄게 뭐가 있겠는가』라며 『집요하게 성가신 질문을 받으면 홧김에라도 돌출발언을 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씨측이 오히려 전국민에게 생중계되는 청문회의 파장력을 감안, 이날을 폭로 시점으로 선택했으며, 지난달 31일 한보 2차공판때 변호인단의 변론연기 요청도 청문회용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김범수·이영태 기자>김범수·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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