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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특위 분발해야겠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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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특위 분발해야겠다(사설)

입력
1997.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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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끝난 국회 한보특위의 14개 보고 및 기록검증기관에 대한 조사활동 상황의 실황중계를 한번이라도 시청한 사람이라면 국회 한보특위의 역할에 많은 회의를 가졌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보고기관 등에 대한 조사활동이라고는 해도 문답이 주조를 이룬 사실상의 청문회였기 때문이다.먼저 지적할 것은 조사책임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준비 부족이다. 한보사건이나 조사기관에 대한 연구는 커녕 신문지상에 이미 보도된 내용조차도 체계적으로 정리,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특히 여당의원의 경우, 그것이 질문인지, 자신의 소회를 얘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피조사기관을 엄호하는 것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의 애매모호한 발언이 많았다.

아무리 이번 사건에 임하는 신한국당의 입장을 이해한다 해도 그것은 국민이 위임한 국정조사권에 대한 배임이다. 한심하기는 야당도 마찬가지. 토론을 통한 실체적 진실의 접근이라는 목표에는 거리가 있었다. 국정조사의 본질을 떠난 시비조의 힐문으로 답변자의 비위건드리는데 주력하는가 하면 재탕삼탕이 많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답변자의 「아니다」 「모른다」는 말에 사례를 적시하며 추가질문, 추궁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놀라울 정도로 안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정태수리스트」의 위력 때문이 아니냐는 근거없는 소리들이 그럴 듯하게 들리는 순간이었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답변자의 성실성이다. 물론 어떻게 해서라도 피해가고 싶은 피조사기관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 문제다. 더구나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감지하고 있다면 판에 박은듯 『나는 모르는 일』, 아니면 『절차상의 미흡은 인정하지만 법규위반은 아니다』는 강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4일 있은 검찰에 대한 조사상황은 우리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답변의 성실성은 차치하고라도 우롱과 비아냥으로 가득 찬 듯한 답변은 TV속의 국회의원을 따로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이래저래 한보청문회는 지난 5공청문회나 광주청문회 등과는 달리 현재까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셈이다. 비록 6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부실대출이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간접피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보」가 외면당하는 보다 큰 이유는 국정조사의 부실에 있다.

7일부터는 2주간의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증인과 참고인들을 상대로 하는 본격적인 청문회가 시작된다. 검찰의 중간수사결과를 듣고 이제 믿을 건 국회밖에 없다고 탄식했던 국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게 국회는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만의 하나, 특위가 국민적 여망을 저버리고 항간의 소문처럼 정치적 야합으로 적당히 넘기려 할 때 정치권은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거듭 특위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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