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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신문의 날’ 언론에 바란다: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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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신문의 날’ 언론에 바란다:Ⅱ

입력
1997.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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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피해… 이렇게 생각한다◎신기남 국민회의 의원/확인 안된 사실 기사화뒤 정정은 인색/정치인에 선입관 등 편향보도도 문제

근거없는 보도와 과장된 보도로 인해 고통 받는 동료 정치인을 여럿 보았다.

신문들은 검찰에서 확인도 되지 않은 혐의사실을 대문짝 만하게 쓰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도 정정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권자를 상대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길이 없다.

나 자신도 지난해 총선에서 상대후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형사고소를 한 것이 그대로 보도돼 지역구민의 걱정을 달래느라 힘들었던 일이 있다.

이런 구체적 사례보다도 나의 언론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언론이 정치인에 대해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입관에 기초한 편향된 보도를 통해 국민에게 투영되는 정치인의 모습은 크게 일그러질 수 밖에 없다. 이로인해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깊은 상처를 받고 있고 나 자신 역시 상처를 입은 정치인 집단의 한 사람이다.

공적인든 사적이든 명확한 잘못이 있을 경우 준엄한 비판을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구체적 상황을 가리지 않고 정치인 전체를 뭉뚱그려서 비난하는 경향이 짙은 것은 정말로 문제이다.

척박한 풍토를 딛고 일어서 개인적 삶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나라를 위해 헌신해 보겠다고 나선 정치인도 많다. 그러나 이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며 일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려는 따뜻한 심성이 언론에서 보이지 않아 아쉽다.

◎한도문 매일유업 홍보실장/‘우유에 항생제’ 과장보도로 후유증/특종욕심도 좋지만 업계피해 고려를

국내 유가공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 언론 국민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신문의 날을 맞아 일부 국내 언론이 아직도 특종욕심에 사로잡혀 과장·편파 보도를 하고 있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95년 시중판매 우유의 상당량에 항생제가 섞여 있으며 유방염에 걸린 젖소의 원유를 그대로 시판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유가공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혀없이 만들어진 과장보도였고 업계는 이 보도 하나로 지금까지 판매감소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96년에는 시판되는 우유와 분유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잘못된 보도가 다시한번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것 역시 아무런 기준도 정해져 있지 않은 예비검사 자료 하나를 잣대로 삼아 보도한 것이지만 업계는 몇몇 업체들이 문을 닫을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다.

매일유업은 세계 16개국에 우리상표로 매일맘마분유와 이유식, 특수분유를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보도로 인해 어렵게 뚫어놓은 해외시장의 수입상들에게서 항의전화와 계약파기 요청이 몰려와 곤욕을 치러야 했다. 또 이 보도들은 국산에 대한 오해와 불신감을 부채질해 수입분유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등 외국업체에게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결과를 낳았다.

신문의 보도 하나는 한 산업 전체를 살릴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을만큼 막강하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박명준 경기 성남시/‘교수 실력없어 비관 자살’ 단정보도로/사자·유족에 씻을 수 없는 큰 상처 남겨

지난달 9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박진석(36) 교수의 사망사건과 관련, 일부 언론은 그가 「수재학생들을 가르칠 실력이 없음」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언론의 부정적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 무책임한 보도였다. 언론이 정확한 사인규명이나 사실관계의 확인없이 주변사람들의 피상적 진술만으로 사망원인을 단정보도하는 바람에 촉망받는 과학자였던 내 아들은 하루아침에 무능교수로 전락했다. 필자는 사자와 유족들의 명예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언론보도 내용을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결코 무능교수가 아니었다. 서울 영동중 경기고를 거쳐 미국 UCLA에서 박사학위를 딴뒤 미국 우주항공국(NASA) 연구원으로 활약했으며 권위있는 학술지에 56편의 논문을 발표한 국제적으로 촉망받던 젊은 과학도였다. KAIST는 지난 2월 파격적으로 부교수에 임용하면서 6개월간 강의유예를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과는 달리 이번 학기부터 강의를 맡게 됐고 배정된 교과목 또한 자신의 주전공이 아닌 새로운 분야였다. 완벽주의에 가까운 그는 이삿짐이 도착하지 않아 충분한 자료도 없이 강의를 한다는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부담도 사망하기 전날 학교측이 강의조건을 대폭 완화해주어 해소되었다. 내 아들은 일이 잘 풀리자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승용차구입 계획을 세우는 등 희망에 차 있었다.

이런 아들에게서 자살이유를 찾기 어렵다. 유서조차 없었다. 목을 매 자살한 모습이었지만 주변정황을 보면 의문점이 많다는게 아버지로서의 솔직한 심정이다.

◎정현백 성대 교수·사학/‘북 장학금’ 오보로 정신·물질적 고통/확인 취재없는 부실보도 자책해야

94년 10월7일 5개 일간지와 3개 TV방송은 「북한장학금을 받은 교수가 안기부에 연행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대서특필했다. 여성이라는 점이 유독 부각되면서, 나의 실명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사실과 전혀 다른 이 기사를 내보낸 5개 일간지와 1개 방송은 언론중재위원회의 권고로 사후약방문일 망정 정정보도를 통해 결백을 밝혀주었다. 그러나 두 방송사는 이에 불응했고 나는 2년여에 걸친 대법원까지 가는 긴 재판에서 승소했다. 결국 이들은 저녁뉴스 앞부분에서 재판부가 제시한 정정보도문을 낭독해야만 했다. 이 일로 인해 내가 겪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란 필설로 형용할 수가 없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오보가 나간 데에는 우선 안기부의 책임이 크다. 정확한 혐의점도 없이 대학교수를 밤 11시에 연행하고 또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한 행위는 국가기관이 오히려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사의 책임도 크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언론사의 관행이다. 안기부를 위시한 국가기관이 흘리는 대북관련 정보는 여과장치나 자체적인 취재없이 그대로 보도하는 관행이 바로 그것이다. 최소한 내가 서독장학재단으로부터 체류 전기간동안 장학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실만 확인했어도 이런 오보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언론들은 오보의 정정에 인색하다.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의 강제를 통해서야 언론사들이 정정보도에 임했다는 사실도 실질적인 민주주의 실현과 관련해 언론이 깊이 자책해야할 대목이다.

◎삐삐 롱 스타킹 가수/‘선입견 보도’에 1년 방송출연정지/음악에 대한 이해갖고 취재해주길

최근 우리는 신문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생방송 도중 TV카메라에 침을 뱉은 행위를 둘러싼 보도를 접하면서다. 그때 신문들은 대부분 우리를 천하의 무뢰한인양 묘사했다. 사실 우리를 직접 취재한 기자는 별로 없었다. 그저 자신이 느낀 불쾌함을 시청자의 이름을 빌려 원색적으로 써댔다. 그바람에 우리는 방송위원회로부터 1년간 전방송 출연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했다.

물론 우리가 다 잘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예술가가 손대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침을 뱉은 것이 아니다. 신문이라면 당연히 주관이 있겠지만 그것이 선입견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더라도 「피해자」인 연예인들은 해명하거나 만회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반응에 마음만 다칠 뿐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기자들은 전문성이 없는 것 같다. 담당기자라고 해도 우리들의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고 여타의 행동들을 음악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남과 다른 행동을 한다는 사실 자체만 보려한다. 그래서 기자들과 음악에 관한 진지한 인터뷰를 해본 경험은 거의 없다.

◎황영조 마라토너/일거수 일투족 언론표적돼 큰 부담/엉뚱한 기사엔 “고소해볼까” 생각도

나는 언론으로부터 과분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야말로 무명이던 고교 1학년때 신문에 이름이 처음 언급됐을때의 기쁨이란 대단했다. 이쁘게 스크랩해 수첩사이에 끼워두며 벗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힘이 절로 생겼다.

그러는 사이 나는 조금씩 유명해졌다. 올림픽에서 우승한 이후에는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표적이 됐다. 부담이 될 때가 많아졌다. 특히 1년전 은퇴를 선언했을 때는 「힘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일제히 비난하는 바람에 참 고통스러웠다.

은퇴후 나는 다시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매사에 신경을 썼다. 그러나 그게 안됐다. 동네에서 조깅만 해도 마라톤에 복귀한다고, 사이클을 타니 철인3종경기에 출전한다고 보도했다.

1월말에는 정말 힘들었다. 신문들은 「황영조가 여자를 태우고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는 그야말로 오보를 냈다. 나는 하루아침에 「술고래」와 「난봉꾼」이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언론들은 상대편의 과실로 사고가 나 음주측정을 받은 걸 가지고 확인도 없이 음주운전이라 매도했고, 함께 탄 고교 은사의 두 따님을 부정한 여자로 규정했다.

병원에서 신문기사를 접한후 『이럴 수도 있나』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할까도 생각했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실은 그게 아닙니다』고 설토했지만 아직도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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