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사건 소재/도쿄서 12년째 활동중『나는 해녀, 제주도 해녀. 이몸은 먼 옛날 일본으로 건너갔다. 난 지금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잘 모른다… 괴이하고도 슬픈 이야기…』
넋두리 같기도, 때로 비수 같기도 한 여인의 이야기가 3∼5일 성대 금잔디 광장을 적셨다. 천막아래 펼쳐지는 연극 「바다 휘파람」.
몸이 부서져라 한국 여인의 한을 토해내는 김경원(40)씨. 도쿄(동경)에서 12년째 펼쳐 천막 연극을 하고있는 그가 제주 「4·3사건」을 소재로한 연극을 한국에서 처음 공연했다.
85년 그가 일본에 건너 갔던 것은 연극과 삶의 안목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재일동포, 그 통한의 역사를 피부로 절감해 갔다.
『재일동포 문제의 해결책은 통일뿐이다. 1분1초라도 빨리 하나가 돼야한다. 미·일도, 정치도 다 빼고』 그의 어조가 결연하다.
이번 서울 공연에서는 시인 김지하씨가 이 극의 연출자 가라주로씨를 25년만에 재회하기도 했다. 김지하씨는 내년 가라주로의 극단 「가라구미」에 작품을 써줄 것을 약속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85년 이후 도쿄를 중심으로 활발한 예술활동을 펼쳐 오고 있는 그는 일본의 미술 평론계로부터 「장르를 초월한 예술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연기, 연출, 퍼포먼스 등 자신이 펼치고 있는 전방위적 무대예술을 가리키는 말이다.
93년부터 그는 「한민족 아리랑 보존연합회」 일본 지회장을 맡고 있다. 재일동포의 독특한 아리랑도 발굴해 오고 있다. 『한국 국적은 당연히 끝까지 지켜 나갈 것』이라 한다.
때맞추기라도 한 것일까, 성대 공연 중에는 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얼기설기 하늘을 가린 천막무대, 아무리 많이 들어가 봤자 300명이 넘지 못한다. 그 천막은 한국인은 물론, 그의 연극을 따라 일본에서 온 일본인 미국인 관객들로 미어넘쳤다.<장병욱 기자>장병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