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3음만으로 국악리듬 자유자재로/‘컬트 국악 피아니스트’임동창(41)씨가 8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공연을 갖는다. 이미 두 차례 큰 무대를 가졌던 예술의전당이라 낯설 것 없지만, 이번 무대는 의미가 별나다.
「21세기 문화광장」이 3월부터 열어 오고있는 시리즈 공연 「명사 특강 콘서트」의 초청 무대다. 국악이나 재즈, 또는 마임과의 협연 등 타장르와의 연계가 적극 모색됐던 이전 공연과 달리, 피아노 연주에 초점을 둔다. 이번은 피아노 연주만으로 채우는 첫 무대다.
연주될 작품은 「달아 달아」(8분) 「또닥 또닥」(2분30초)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30분 이상) 등 3곡. 모두 극히 간단한 음 재료만을 구사한다. 미 솔 라, 세개 음이 전부다.
그러나 국악의 온갖 리듬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피아노가 과연 타악적 악기라는 사실이 새삼 절감된다.
「컬트 국악 피아니스트 겸 작곡자」 임동창. 잡히지 않는 그를 어설프게나마 이런 언어로 묶어두자. 항상 소수의 열광이 따르니 컬트고, 국악의 어법을 근간으로 하니 국악이고, 피아노를 매개로 하니 피아니스트다.
『음악가란 소리의 혼을 아는 사람이고, 진정한 사제지간에는 이심전심의 묘법이 있다』 그의 음악론이다.
그 특유의 음악혼은 한국적 정서를 보듬은 소리를 내는 것 모두를 포괄한다. 사물 사기그릇 놋그릇 홍두깨 아쟁 판소리 등. 또 관객들의 합창을 유도, 우리 선율로 무대를 흐벅지게도 한다.
그의 음악관은 서양식 음악,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작곡자 제일주의를 일거에 뒤집는다. 『자기 음악을 하라. 베토벤을 쳐도 자기 색깔로 쳐라』 아티큘레이션(한음 한음 명확히 하는 것)이다, 프레이징(악구)이다, 템포다, 또는 다이내믹이니 하는 작곡자 지상주의는 여기서 완전 폐기된다.
그의 음악 행위는 무엇이며,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을까? 그는 노리지 않는다. 다만 소리에 「혼」이 있다는 사실을, 남이 만들어 놓은 규격을 좇는 동시대인들이 자신의 소리를 통해 깨닫게 되었으면 한다.
이번 공연은 음악 공연시간하면 으레 떠오르는 하오 7시30분이 아니라, 상오 10시30분에 열린다. 문화 사각지대인 주부층에 대한 배려다.
◎임동창의 음악여정
「그냥」, 스스로 붙인 호다. 그는 그래서 「그냥 임동창」이다.
사람들은 그의 소리를 그러나 「그냥」 흘려 버리지 못한다. 피아노를 통해 피아노를 벗어 버린 사나이(김용옥), 전통음악 현대화의 방향을 제시한 사람(이성천), 진정한 마에스트로(노동은)….
목원대 노동은 교수의 평은 95년 임씨가 이학교 음대 수업시간중 학생들 앞에서 연주할 때 나왔다. 피아노라는 극히 서양적인 메커니즘의 악기를 써서 조상의 장단과 선율로 떡주무르듯, 말 그대로 자유 즉흥하는 연주자라는 뜻.
지난해 4월26일 호암아트홀 「천상병 시인 추모공연」은 특유의 즉흥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주었다. 객석에서 아무나 나와 시인의 유작을 낭독했다. 그리고 낭송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감흥에 따라 연주. 완전 즉흥이었다. 환호와 박수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내 본령은 작곡이다』 사람들에게는 재즈나 국악 때로는 회화 작업 등 타매체와 벌여 온 그의 즉흥적 퍼포먼스가 얼른 눈에 띄지만, 자신에게는 자기만의 음논리가 최고의 가치라는 말.
군산남중 2학년부터 바흐나 베토벤을 쳐 온 그는 고졸 후 진정한 자기 소리를 찾아 표표히 집을 나섰다. 1년동안 절에서 수계, 「보림」이라는 법명까지 득했다.
85년 서울시립대에 입학, 작곡 수업을 마친 그는 89년 사물놀이 김덕수씨를 만났다. 사물놀이 테이프를 틀어놓고 거기 맞춰 피아노를 멋대로 연주한다는 기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 김덕수씨가 보러 온 것.
신촌의 한 포장마차집으로 가 초면에 호형호제하게 된 그들은 함께 숙식하며 먼저 사물놀이의 채보 작업에 착수했다. 채보 작업을 위해 그는 「사물 정간보」을 고안, 유랑하던 사물놀이를 안착시켰다. 지금까지 출판된 악보 「사물놀이」는 모두 3권. 앞으로 삼도농악가락편이 2권 더 출판될 예정.
93년 국내 발매됐던 앨범 「임동창」을 기점으로 하는 음반작업도 활발하다. 2년 뒤에는 「천국의 사람(Heaven People)」이 덴마크에서 발표됐다. 미디 베이시스트와 즉흥 협연했던 단 한 곡의 길이가 74분37초.
「전래 동요 모음곡」 「무용 음악 모음」 「동창아 동창아 뭐하니(협주곡)」 「얼다스름(수행음악)」 등 음반이 앞으로 출반될 예정. 그 중 「얼다스름」은 모두 10장으로 구상하고 있는 대작.<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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