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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박정희’를 소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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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화/‘박정희’를 소설화

입력
1997.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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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저승에서 신이 물으면 ‘인간의 길’ 작가라 답하겠다「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92년), 「영원한 제국」(93년) 등 작품을 낼 때마다 논쟁의 표적이 되었던 소설가 이인화(31·이화여대 국문과 교수)씨. 그의 신작 「인간의 길 1, 2」(살림간) 또한 출간 직후부터 어김없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이 다름아닌 박정희 전 대통령이기 때문. 이씨는 「인간의 길」 전 3권에 이어 「혁명의 길」, 「나의 조국」 3부작 총 10권에 걸쳐 박정희와 한국 근현대사를 그려갈 계획이다.

그 중 1부에 해당하는 「인간의 길」은 더욱이 출간시점이 한보사태, 대권경쟁 등 최근의 난세와 맞물리면서 일각에서 어떤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 그러나 이씨는 이에 대해 『이 소설은 이미 4년전부터 집필해온 것이다. 원고가 1차 완성되어 책으로 묶은 것일 뿐, 다른 어떤 의도도 없다』고 밝혔다.

『박정희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문학적 욕망 때문이다. 나는 그를 강력한 권력의지에 이끌렸던 마성적 인물로 생각한다. 요컨대 그는 인간적 가능성의 한 극단을 보여주는 전형적 인물이다. 또, 좌우, 상하의 거센 갈등을 그 한 몸 안에 가지고 있었던 인물로서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소설적으로 조망하기에 그보다 적합한 인물은 없다고 판단했다』

「작가의 말」에서 『훗날 신이 이승에서 뭐하던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인간의 길」 3부작을 썼다고 말할 것이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그는 이 소설에 각별한 애정을 표시한다. 만만치 않은 작업량이나 내용 때문만이 아니다.

『이 작품은 그간 내가 주장해 온 「대중문학론」과 「동아시아 문학론」의 소설적 구체화이다. 양자 모두 주장의 핵심은 소설 특유의 강력한 이야기성의 회복이다. 최근 문학이 점점 내면화, 사소설화하면서 일본문학을 닮아가고 있는 마당에 당대의 삶을 끌어안고 가는 소설만의 미덕을 작품 속에서 실험하고, 검증해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따로 작업 스케줄도 잡지 않고 있다. 언제쯤 완성될 지 그 자신도 어림할 수 없다. 『한 20∼30년쯤 걸리더라도 작품의 완성도에 자신 없으면 내놓지 않을 생각』이라는 그의 말에서 필생의 뜻을 세운다는 이립의 나이 서른을 이제 막 넘어선 젊은 작가의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을 뿐이다.<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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