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자니 정국 아수라장 넘자니 국민·야당 반발/수사결과가 ‘제1 관건’여권이 대선자금과 김현철씨 사법처리 문제를 놓고 고심중이다. 검찰의 한보수사가 대선자금과 현철씨 문제로 집중되자, 여권은 그 처리방향과 파장 등에 대해 다각도의 궁리를 하고 있다.
당초 여권의 고민은 현철씨 처리여부에 쏠려 있었다. 그러다 검찰이 92년 대선직후 현철씨 측근인 박태중씨 계좌로 거액이 입금된 사실을 밝혀내면서 상황은 급전했다.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대선자금에까지 수사가 다가오자, 여권은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검찰수사에서 현철씨 비리가 나오면 사법처리하고 대선자금이 드러나면 밝히면 된다. 하지만 원론은 원론일 뿐이다. 현철씨 처리나 대선자금이 엄청난 폭발력을 안고 있는만큼, 여권 내부에서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바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 단초는 박관용 신한국당 사무총장의 언급이다. 박총장은 4일 『현철씨의 한보 개입이 드러나면 처벌해야하나 다른 문제로 무조건 사법처리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당초 현철씨의 국정개입 사실이 밝혀졌을 때만해도 기정사실로 굳어졌던 사법처리가 원점으로 회귀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철씨의 구속은 곧 김영삼 대통령의 국정운영 불능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해결은 국민감정을 역류하고 야당의 반발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현실화하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선자금도 딜레마다. 일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짚고 넘어 가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한보수사를 비켜가더라도 차기 정권에서 문제될 수 밖에 없고, 여당 경선과정에서 파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절대불가」가 대세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대선자금은 판도라 상자다. 대선자금을 여는 순간 여당은 물론 야당도 감당할 수 없는 대란이 일어난다』고 경고했다. 가뜩이나 혼돈스런 정국이 붕괴의 아수라장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검찰이다. 우선 현철씨 비리의혹이나 대선자금 유입여부를 검찰이 어느정도까지 파헤쳐 내느냐가 기본적인 테마다. 만약 검찰이 그 내막을 속속들이 밝혀낼 경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지 여부가 그 다음 차원의 관건이다. 현재 검찰은 『정치적 고려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치대란을 초래할 메가톤급 사안들이 나타난나면, 검찰로서도 정치적 해법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현철씨 비리나 대선자금이 「적정한」 수준에서 드러나는 게 검찰과 정치권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분석마저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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