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산림녹화 기여 “간판수종”/「생분해성 플라스틱」 추출에 성공/외국 방식보다 경제성도 뛰어나현사시나무가 플라스틱으로 부활하고 있다.
현사시나무는 한국 육종학의 대부 고 향산 현신규 박사가 64년 은백양나무와 수원사시나무를 교잡해 탄생시킨 속성 수종. 현사시나무는 활착력과 번식력이 좋아 70년대말에는 국가 조림면적의 90%(90만㏊)를 차지할 만큼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수종이었다. 이 수종의 원래 이름은 은사시나무였으나 산림녹화사업에 기여한 현박사의 공을 높이 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의 성을 따 「현」사시나무로 이름을 바꿨다. 현사시나무는 그러나 80년대 중반이후 정부가 목질을 중시하는 조림정책을 추진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 「미운 오리」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현사시나무의 옛 영광은 결코 바래지 않았다. 현박사가 53년 국내 최초로 세운 「임목육종연구소」(현 산림청 산하)의 노은운(46) 박사팀이 유전자기법을 이용, 현사시나무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추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에는 부친을 이어 육종학 연구의 길을 걷고 있는 서울대 현정오(49·산림자원학과) 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연구팀은 올해초 현사시나무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추출하는데 성공한 뒤 지금은 우수개체를 선별, 실용화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생성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현사시나무에 이식하는 첨단기법인 이 연구는 박테리아에서 플라스틱을 직접 추출하는 영국식, 초본식물을 이용한 미국식보다 경제성이 탁월해 전세계가 주목해 왔다. 연구 책임자인 노의래(54) 육종과장은 『현사시나무가 없었다면 이번 연구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현사시나무를 이용한 중금속 흡착수종 개발도 추진중이어서 「환경 현사시나무」의 탄생도 기대된다.
표본 수질과 특성 등을 자문하는 겸임연구관으로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현교수는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이번 연구성과로 비로소 선친에게 부끄럽지 않게 됐다』며 『현사시나무 연구와 별도로 연구팀과 함께 선친이 생전에 기록해 놓은 나무에 대한 단상 등 글을 유고집으로 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 현박사는 81년 식목일을 맞아 본보에 연재한 「나의 이력서」 첫회 분 첫머리에 『평생을 나무와 살아왔다. 나무는 내 삶의 큰 부분이 되었고 내가 나무속에 있는지 나무가 내 안에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고 적었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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