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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 내수침체에 “극약 자구책”/현대자 조업단축 결정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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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 내수침체에 “극약 자구책”/현대자 조업단축 결정 안팎

입력
1997.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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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설비투자속 수출부진 겹쳐/80년후 처음… 전업종 파급 우려자동차업계가 마침내 조업단축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과다한 설비투자로 지난해부터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전개했던 현대 대우 기아 등 완성차업체들이 경기침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마침내 「공장가동 일부 중단」이라는 백기를 든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3일 조업단축조치를 취함으로써 기아·대우·쌍용 등 다른 자동차업체도 곧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사장단은 최근 모임을 갖고 조업단축을 통한 경영난 타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자동차업계는 80년대초 오일쇼크로 조업단축조치를 취한 바 있지만 노사분규가 아닌 경기침체로 조업을 단축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업계의 조업단축은 전 업종으로 파급, 국가경제 전체에 큰 주름살을 안겨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전후방연관효과가 가장 큰 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동차업체의 조업단축은 아주 큰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만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연쇄적인 조업단축이 불가피하다.

자동차업계가 조업단축에까지 이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극심한 내수침체와 시장여건을 고려치 않은 과다한 설비투자를 꼽을 수 있다. 올들어 3월까지의 자동차 내수판매물량은 30만6천여대, 수출은 25만3천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1%, 6.3% 줄어들었다. 현대자동차 김수중 국내영업본부장은 『주력차종인 중형차 시장규모가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이는 내수시장이 탈출구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수시장이 급격히 와해되는데도 생산설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데 있다. 연간 1백60여만대에 불과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탈취하려는 업체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무분별하게 공장증설에 나섰고, 급기야 현대 대우 기아 등 완성차업체들이 올해초 밝힌 연간 목표판매물량합계가 2백만대를 넘는 해프닝을 빚었다. 설비증설에 따른 업체간 판매부진은 이미 예정돼 있었던 셈이다.

자동차업계가 안고 있는 더 큰 문제는 수출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차는 엔저에 힘입어 해외시장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도 국내경기호황의 여세를 몰아 공격적인 수출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국내 자동차업계는 고질적인 고임금과 가격경쟁력약화로 국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은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자전기 반도체 등 전업종에 걸친 공통사항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의 조업단축이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수요진작을 위해 자동차관련 세금의 인하를 정부당국에 요구하고 있지만 구조적인 불황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국내경기회복과 함께 수출경쟁력이 살아나지 않는 한 조업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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