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의 소비절약운동을 수입억제라고 규정한데 이어 이번에는 유럽연합(EU)이 반발하고 나섰다. EU집행위원회가 리언 브리튼 대외담당부위원장 명의로 『한국의 소비절약운동은 명백한 무역장벽에 해당되며 한국 정부가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수주내에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제소하겠다』는 서한을 유종하 외무장관 앞으로 보내왔다는 것이다. 미국·EU 등 선진경제권이 우리의 소비절약운동을 보는 시각이 그들의 이해관계에 맞춰 지나치게 편협하게 왜곡되어 있는데 대해 경악한다.그들이 자국상품의 수출감소를 우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는 간다. 우리의 소비절약 운동은 과소비를 억제, 근검·절약의 국민적 기풍을 되찾고 국민경제와 나라경제를 견실하게 하자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운동이 결실을 맺게 되면 호화가구, 고가의류, 고급승용차, 고가귀금속 등 외제 고가사치품·기호품·내구소비재들의 수입이 상당히 감축될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소비절약운동을 무조건 『명백한 무역장벽』이라고 단정, 제소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그들답지 않게 비논리적이고 경솔한 것이다.
미국과 EU는 한국의 소비절약운동이 정부의 관여없이 민간시민단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정부가 관계하지 않는 민간의 자발적인 운동이므로 WTO체제 아래에서 제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국내 소비자운동 단체들이 미국과 EU 등의 제재움직임에 대해 『주권침해』 『내정간섭』 등이라고 반박하면서 『내정간섭이 계속되면 해당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겠다』고 강력히 반발하는 것도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우리와 미국·EU가 이처럼 태평양이나 대서양 만큼 큰 시각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이해관계에 못지않게 문화적 차이에서도 나오는 것이다. 개인주의와 시장경제의 자유경쟁이념이 체질화된 미국·EU로서는 국제수지위기 등 경제난의 극복을 위한 애국심의 발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뿐 아니라 그것을 촉구하는 우리의 국민정서를 이해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개발 독재시대 때처럼 정부의 힘이 여전히 강력하고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로서는 그들의 잘못된 접근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도록 강력히 설득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또한 소비절약 운동이 오해받지 않도록 앞으로 각별히 신중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 국내 수입업자들도 구미의 수출업자들에게 오해하지 않도록 진상을 정확히 알려줘야 할 것이다. 누가 소비절약운동을 주도하는지, 국민여론이 어떤지를 올바르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소비절약운동은 외압이 있다고 해서 후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필요하게 통상마찰을 부르지 않도록 추진방법을 세련되게 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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