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비밀누설 실명제 위반/대출금품수수 관행도 여전최근 폰뱅킹, 펌뱅킹 등 금융거래가 전산화하면서 전산담당 직원이 고객의 비밀번호를 빼내 예금을 가로채는 등 전산망을 조작, 고객예금을 횡령하는 신종 금융사고가 지난해부터 발생하고 있다.
은행감독원은 2일 시중은행에 내려보낸 「96년 금융사고사례」 공문을 통해 『96년에도 일선창구의 금융비리가 여전할 뿐아니라 전산조작에 의한 횡령사고까지 발생하는 등 수법이 지능화하고 있다』며 각 은행의 검사담당자들에게 『창구직원들의 교육·감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은감원이 제시한 금융사고는 ▲금품수수 ▲금융실명제 위반 ▲사적금전대차 등 모두 13개유형이다. A은행의 경우 고객정보를 관리하는 본점 전산부 직원이 오랫동안 거래가 없는 10여명의 고객을 골라,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300여만원의 통장잔액을 자신의 친·인척 계좌로 빼돌리다 덜미가 잡혔다. 은감원은 『95년까지는 금융사고가 고객예금이나 시재금, 공과금을 횡령하는 단순수법이 대부분이었다』며 『전산조작에 의한 고객예금 횡령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 B은행에서는 고객이 편의상 맡겨놓은 통장과 도장을 이용, 은행 여직원이 통장을 분실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예금을 횡령한뒤 달아난 사건이 발생하기 도 했다. 은감원 관계자는 『은행 이용자들은 은행원에게 통장이나 도장을 맡기지 않는 것은 물론 정기적으로 자신의 통장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창구에서는 이미 금융실명제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으로 밝혀져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C은행 경기지역 모지점의 경우 수신담당 과장이 심부름 센타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고객의 입금사실을 알려주는 등 거래정보를 누설하다 적발됐다. 또 상당수의 지점장들이 ▲실명확인없이 통장을 개설해 주거나 ▲회사대표가 종업원의 예금계좌를 일괄적으로 실명확인할 수 있는 점을 악용, 종업원 명의로 비자금 구좌를 개설하는 것을 묵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들의 장담과는 달리 대출의 대가로 뇌물을 챙기는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B은행 대구지역 모지점장의 경우 거래처로부터 금품을 받은뒤 하급직원에게 부당대출을 강요하다 은감원에 적발됐고 H은행에서는 지점장이 돈을 받고 대출자격이 미달된 업체에게 양도성예금증서(CD)를 일시적으로 발행, 대출자격을 갖춰주려다 꼬리가 잡혔다.
은감원은 또 『예금실적 유치에 쫓긴 은행원들이 사채를 유치한뒤 추가금리를 약속하는 등 사적금전대차가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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