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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발목잡는 ‘자금난’/회비 총경비의 30%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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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발목잡는 ‘자금난’/회비 총경비의 30%불과

입력
1997.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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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 후원금 의존땐 독립성 지키기 어려워/공공요금 면제 등 절실시민단체 상근자들의 친목모임에는 으레 돈얘기가 주요 화제로 등장한다. 재정문제는 시민단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절박한 사안인데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재정문제가 시민단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조직을 지탱해 나가기 어렵다. 그렇다고 아무 돈이나 끌어 썼다가는 순수성과 도덕성에 먹칠을 할 우려가 있다.

현재 각 시민단체는 회원이 내는 회비와 각종 운영 수입, 기업체와 정부 후원금 및 기부금, 연구용역비 등으로 운영비를 충당한다.

시민운동이 겨우 90년대 들어서야 모양을 갖춘데다 아직 회원기반이 취약해 어느 단체고 회비만으로는 운영비를 대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시민단체의 활동에는 공감하면서도 직접적인 참여를 꺼리고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회원 2만7,000여명으로 비교적 조직화가 잘되어있고 대중적 기반도 갖추었다는 환경운동연합(환경련)도 70%를 웃도는 회비 납부율을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 총지출 13억원중 회비로 충당한 것은 40%에 지나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전체 경상비중 30%정도만 회비로 충당하고 있다. 그밖에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회비가 전체 수입의 30%에도 못미친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경제불황에다 경실련의 김현철씨 비디오 은폐 사건까지 겹쳐 시민단체의 회비수입이 오히려 줄고 있는 실정이다.

상당수의 시민단체는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나 기업의 직접지원을 받거나 연구용역비 등의 명목으로 간접지원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정부나 기업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시민단체가 이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제대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회비를 주수입원으로 활동해야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사업비를 벌거나 음악회 개최, 의류나 특산물 판매 등의 수익사업에 나서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정부나 기업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거나 용역을 맡아 논란을 빚은 경우도 생겼다. 환경련이 환경센터 건립을 위해 지난해 대기업 협찬을 받은 것을 두고 시민단체 사이에서 『환경오염의 주범인 재벌로부터 협찬을 받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도 일었다. 또 95년 인천경실련이 김포매립지공사를 한 동아건설로부터 용역을 받은 것이 문제가 돼 집행위원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배달녹색연합이 95년 「환경과 공해 연구회」의 용역보고서를 베껴 공보처로부터 프로젝트를 땄다가 취소당한 예도 있다. 정부나 기업의 한정된 재정지원을 둘러싸고 여러 시민단체가 무분별한 경쟁을 벌인 결과였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이대훈 사무국장은 『현상황에서 시민단체가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투명성을 전제로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산 YMCA 윤석규 총무는 『회비 비중이 낮을수록 재원 마련을 위한 다른 경로를 찾게 되는데 이는 시민단체의 정치적 자립도를 위협할 수 있다』며 『시민단체가 다수 회원이 내는 소액회비나 개인적인 후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이상 각종 공익기금 설립, 우편·통신료 등 공공요금 면제 또는 차등 적용, 공공시설 무료이용 등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시민단체 교류 늘고있다/시민운동가 해외연수 지원/환경부­환경련 축구대회 등 서로를 대화상대로 인정

정부와 시민단체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서로 간섭자니 방해자니 하며 헐뜯던 양자간에 미약하긴 하지만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정부기관중 시민운동단체를 관장하는 주무부서랄 수 있는 정무제1장관실은 작년부터 시민운동단체의 해외연수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시민단체와 시민운동현황, 자원봉사활동 등을 둘러보고 현지의 토론프로그램에도 참여토록한 것인데 지난해에는 54명의 시민단체 대표와 상근자들이 이 연수프로그램을 이용해 외국에 다녀왔다. 지난달에도 15명의 시민단체 실무자들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2주간 연수했다. 환경련과 환경부는 1년에 한차례씩 축구시합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갖고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사이의 이같은 관계변화는 서로가 상대방을 대화상대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여론을 등에 업은 시민단체들의 입법감시운동이나 부패추방운동, 각종 법안의 시민입법청원을 무시할 수만 없는 입장이고 시민단체들도 정부와 마냥 반목만 하다가는 시민 여론을 정책에 적절히 반영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사회학과 이시재 교수는 『정부와 시민단체는 씨름판을 형성해 밀고 당기는 싸움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관계』라고 말했다. 정부가 힘의 논리로 씨름판을 깨버려서도 안되고 시민단체가 아예 씨름판 자체를 거부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의 지원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시민단체의 활동을 방해만 하지 않으면 도움을 주는 것이다』고 말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도 있다. 올해 정무제1장관실에 배정된 시민단체 해외연수지원예산이 2억여원에 불과할 정도로 정부지원도 아직은 초보적 수준이다.

이때문에 『정부가 시민단체를 지원하려면 우선 우편 통신요금을 무료화하고 공원관리 등을 시민들에게 위탁, 시민단체 재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무제1장관실 조만후 차관은 『정부는 시민단체의 순수성과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적극 지원하려고 하는데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며 『시민단체를 돕기위해서는 민간단체지원법 등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보다는 시민단체가 청원입법을 통해 제정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민운동은 정계진출 발판인가/80년대이어 90년대 운동가도 ‘입문’ 시도/“기반취약한 시민단체 더 약화” 우려

「시민운동은 정계진출을 위한 발판인가?」 김근태(국민회의) 제정구·이부영(민주당) 이재오·김문수(신한국당) 의원 등 80년대 재야운동가들이 문민정부들어 줄줄이 정계에 진출했다.

재야출신의 정계진출 바람은 지난해 15대 총선에서 시민운동가들에게로 이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을 지낸 서경석씨,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공동대표였던 홍성우씨 등 30여명이 신한국당 국민회의 자민련 민주당 등의 공천으로 정계입문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실련 교통광장 대표를 지낸 유재건(국민회의)씨와 집행위원을 지낸 이재선(자민련)씨, 환경련 공동대표인 장을병(무소속)씨 등 정계입문에 성공한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들은 선거운동에서 시민단체에서의 활동을 주요경력으로 내세웠다.

선거에 출마한 시민운동가 대부분이 낙선한 이후 시민단체내에서는 정치지향적 시민운동에 대한 자성론이 일기도 했다. 명망있는 시민운동가들의 층이 두텁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의 개별적 정계진출마저 실패하는 바람에 시민운동 세력이 약해졌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상근자들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정계진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이들은 『시민운동가의 정계진출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시민운동이 초기단계여서 이들이 개별적으로 정계에 진출하면 시민운동은 현저히 약화할 수 밖에 없고 이들은 추한 정치권의 동조자로 전락하는 꼴 밖에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경실련 박병옥 정책실장은 『개별적으로 정계에 진출하는 것은 개인적 결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시민단체로서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의 순수성에 티를 남길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15대 총선에서 정치권으로부터 출마권유를 받았던 환경련 최열 사무총장도 『당시 환경련 내에서 개별적 정계진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 출마하지 않았다』며 『정치권은 시민운동가의 상품가치때문에 정치권으로 끌어들이지만 시민운동가들이 정계로 진출하려면 시민단체가 대중적기반을 확고히 다진뒤 정치세력이 되는 형식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시민단체 상근자들은 지난번 인천 서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민회의 조한천의원을 시민운동가의 정계진출 모델로 꼽기도 했다.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출신인 조의원의 경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됐는데 이를 노동운동계의 조직적 힘에 의한 진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YMCA 오재관 정책기획국장은 『정치권은 낙후돼있고 시민단체는 대중적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어서 아직은 시민운동가의 정계진출은 시기상조다』고 말했다.<이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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