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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누는 선물/차범근 국가대표 축구감독(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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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누는 선물/차범근 국가대표 축구감독(1000자 춘추)

입력
1997.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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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감독생활을 할 때다.어느 선수의 부인이 커다란 양은그릇에 수북히 쌓인 딸기를 가져왔다. 형님이 경남 김해에서 딸기농사를 짓는데 『감독님 갖다드리라』는 시어머니의 성화에 할 수 없이 들고 왔다는 것이었다. 당시 「선물을 들고 우리집을 드나들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었던 터라 그 부인은 이틀을 고민하다 빛깔도 때깔도 영 엉망이 되어버린 딸기를 어쩔 수 없이 들고 왔다고 했다. 또 어떤 선수의 어머니가 『추석이라고 호두와 잣을 감독님댁에 갖다드려야겠다고 했더니 아들이 「그러면 내가 불려가서 혼난다」며 말리더라』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현대팀 감독이 된후 선물에 인색한(?) 독일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우리 가족은 선물을 들고 드나드는 것에 상당히 거부감을 가졌다. 그러면서도 4년동안 이런 분위기를 잘 모르는 신참들이 통도 크게 갈비짝을 들고 나타나는가 하면, 선수 부모님들이 이런저런 선물을 보내 주실때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던 적이 참 많았다. 그런데 막상 현대감독을 그만둔 지난 2년은 달랐다.

스승의 날과 내 생일이 있는 5월이면 책상위에 수북히 쌓이는 축전과 택배로 날아오는 향긋한 울산배, 한개라도 더 넣으려다 살이 뭉개진 얼음골 사과, 그리고 차안에서 멀미를 한 딸기 같은 것을 받을 때마다 전과는 달리 그들의 마음을 받은 것 같아 즐겁고 행복하기까지 했다. 한 선수가 아파트 경비실에 맡기고 간 기타연주 CD에는 「열심히 운동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그립다」는 카드가 꽂혀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병우씨의 기타연주가 더 좋아졌고 꽃을 좋아하는 아내는 흑장미 100송이가 꽂힌 꽃바구니를 받고 무척 좋아했다.

이를 지켜본 아랫동서는 『울산에 있는 녀석들, 다 미친 것 아니냐』며 특유의 입담을 발휘했다. 자신이 속한 대기업의 조직에서는 물론이거니와 통상 지나간 사람에 대한 이런식의 애정표현은 터부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맨, 그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과 사는 생활에 내 모든 것을 투자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 마음을 줄줄 아는 소박한 스포츠맨들의 우정은 너무 얄팍한 오늘의 우리사회에 보여주고 싶고, 또 가르쳐주고 싶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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