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달라서 지금은 군에 입대하는 아들을 혼자 보내는 부모는 거의 없다. 온 식구가 차에 함께 타고 논산훈련소까지 가서 어머니가 밤새 정성껏 준비한 맛있는 음식으로 배불리 먹여 들여보내고서도 더 먹이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돌아오는 것이 요즘의 입대 풍경이다.군은 그래서 꾀를 하나 생각해 냈다. 장병이 입대해 군복으로 갈아입으면 전에 사회에서 입던 옷은 나중에 따로 소포로 만들어 각자의 집으로 우송하게 된다. 이 비용이 매년 수억원에 달한다. 이것을 절약해 보자는 것이다.
우선 논산훈련소에 입대 장정이 어떻게 한사람의 군인이 되는지 그 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각각의 훈련단계를 쉽게 설명한 그림과 사진, 군수품, 개인 장비와 무기들을 배열한 전시관을 마련한다. 장정을 따라온 부모가 이를 구경하는 동안 장정이 벗어놓은 옷을 재빨리 수습해 부모가 집으로 돌아갈 때 가지고 가게 하는 것이다.
군에 자식을 들여보낸 부모의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혀 믿음을 갖게 하는 귀한 기회도 얻고 막대한 우송비용도 절약할 수 있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묘안이 아니겠는가.
신통한 꾀를 낸 김에 바람이 하나 더 있다. 군인은 33년 이상 복무하고 전역할 때는 국가안보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을 받는다. 이 훈장을 훈장이 상징하는 명예에 값할 만큼 명예롭게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문이다(한국일보 3월31일자 오피니언면 독자편지).
지금은 전역 한두달 뒤 통지를 받고 복무하던 부대에 가면 지휘관이 이 훈장을 직접 주기도 하지만, 담당자가 건네주면 그냥 받아들고 씁쓸하게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들을 1년에 한두번쯤 한데 모아 간소한 전역식과 함께 훈장을 수여한다면 이들의 노고에 조금은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명예로운 전역은 영광스런 입대와 함께 군의 사기를 버텨주는 뼈대다. 사심없이 젊음을 나라에 바친 군인의 마음을 쓸쓸하게 해선 안된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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