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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엔 스릴이 있다/번지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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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엔 스릴이 있다/번지점프

입력
1997.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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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올라왔나?’ 그러나 남의 시선이 있지/에라,모르겠다 와 ∼∼ 어!또 뛰고싶네「한번 뛰어 내려, 말어」.

밑에서 보면 그리 무서울 것 같지도 않다. 어린 여학생들도 뛰어 내리는데. 마음을 굳게 먹고 15층 높이 40m를 오른다. 그러나 발아래 사람들이 점점 작아질수록 얘기는 달라진다. 다리에 힘이 쭉 빠진다. 그렇다고 사나이가 칼을 뽑았는데 부끄럽게 다시 집어넣을 수도 없고….

허리와 발목에 로프를 맨다. 앞사람은 포기했다. 심장마비가 염려되는 지 창백한 얼굴로 내려갔다. 「넉넉잡아 2분 후면 저 밑에서 다시 구경하고 있겠지」 스스로를 달래며 점프대 앞에 섰다. 『셋, 둘, 하나, 번지』 구령에 창공으로 몸을 던졌다.

청룡열차 맨 앞자리나 바이킹 맨 끝자리에 앉아 수직으로 곤두박질하는 것만 같다. 강물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몽뚱이가 이리저리 튕긴다.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유영하는 느낌. 땅으로 내려왔지만 스릴인지 전율인지 한동안 정신이 멍하다.

번지점프.

1∼2분만에 모든 레포츠의 기분을 맛보는 「인스턴트 스릴」. 한번 뛰어본 사람이면 그 짜릿함이 가슴속에 뱅뱅 돌아 또 뛰고 싶어지는 레포츠. 큰 맘 먹고 한번 몸을 날려보자.

번지점프의 유래는 남태평양 원주민들의 성인식. 일정한 나이가 되면 발목에 덩굴이나 나무줄기를 감고 30∼40m 되는 대나무탑에서 뛰어내리는 의식을 치러야 했다고 한다. 아슬아슬하게 땅에 머리가 닿을 정도라,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짜릿함 때문에 뉴질랜드나 미국, 유럽 등지로 퍼져 극한레포츠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남태평양의 「맨땅에 헤딩하기」는 대륙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전파됐다. 미국식은 인공구조물에서 허리에 로프를 묶고 3m 높이의 에어 매트로 뛰어 내린다. 호주·뉴질랜드식은 다리나 계곡에서 발목에 로프를 묶어 강물이나 바다로 점프한다.

점프를 하려면 먼저 몸무게를 측정해야 한다. 몸무게에 따라 탄력성이 다른 16가지의 로프중 하나를 선택해야하기 때문이다. 로프는 탄성이 뛰어난 특수고무 1,000여 가닥을 꼬아 만들어 보통 5톤 이상의 하중도 견딘다.

사람에 따라 점프할 때의 모습은 갖가지. 괴성을 지르며 눈을 감고 발부터 뛰어내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눈을 똑바로 뜨고 새가 날아가듯 두팔을 벌려 점프하는 사람도 있다. 21m의 낙하시간은 불과 2초, 40m를 뛰어 내리면 3초. 4∼5차례 반동을 한 뒤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는 1∼2분 정도 걸린다.

국내에 고정 점프대가 있는 곳은 대전 엑스포 공원등 5곳. 40m높이의 청평 리버빌리지를 제외하고 모두 21m다.

고정 점프대가 있는 곳은 아직 많지 않지만 번지점프 이벤트사들이 지방 축제 등 행사에서 임시로 가설하기도 한다. 점보클럽은 남해대교(5∼13일), 낙산해수욕장(7월27일∼8월5일), 해운대 해수욕장( 〃 ) 등에 이동식 크레인 점프대를 설치한다. 남해대교에서는 바다로 뛰어내리고, 나머지는 에어 매트에 뛰어 내리는 미국식. 높이는 21∼35m. 한번 뛰어내리는 데 가격은 1만8,000∼3만원이며 5,000만∼2억원 정도의 배상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한편 지난달 30일, 레저업체 한국스포랜드는 아시아 최고 높이의 점프대를 자체 레저타운인 청평 리버빌리지에 개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0m를 올라가 뛰어 내린다. 낙하지점은 원하는 대로 조절해 준다. 최고의 스릴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은 줄을 길게 해, 물속에 처박혔다 솟구쳐 올라 모터보트로 나오면 된다. 1회 점프에 2만5,000원이며 3억원의 배상보혐에 가입해 있다. 스포랜드에는 번지점프와 함께 수상스키, 제트스키, 윈드서핑 등의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35개 객실이 있는 클럽하우스도 있다.<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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