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 한땀에 담은 자수인생 60년/평생제작 자수집 출판기념 회고전/‘유학시절부터 지금까지’ 40점 선봬/“개인사이자 곧 근대자수의 흐름”바늘 끝 따라 한 땀씩 엮어진 오색실의 영롱한 아름다움이 자수의 겉모습이라면 자수의 내면은 삶의 굴곡과 애환이다. 원로 자수가 박을복(83) 여사의 「박을복 자수 60년전」은 예술적 열정과 분방함을 자수에 녹여냈던 한 「신여성」의 개인적 삶의 흔적이면서 우리 근대 자수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귀한 자리다. 4월2∼11일 예술의전당 제3전시실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박을복 여사가 평생에 걸쳐 제작했던 자수집을 출판하면서 갖는 회고전이다.
박여사는 19살때인 34년 도쿄여자미술대학에서 자수를 시작, 결혼과 자녀양육을 병행하며 38년부터 본격적인 자수가로 출발했다. 그 해 조선미술전에 「원앙」이 입선된 것. 62년부터 64년까지 연이은 3회의 국전 입선, 62년부터 개최한 5회의 개인전 등으로 자수가로서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이후 한국현대공예대전 등 수 많은 초대전과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70년에는 프랑스 파리와 미국의 메릴랜드에서 개인전을 열어 한국 자수의 아름다움을 국외에 알리기도 하였다.
80을 넘어선 고령이지만 지금도 수틀을 마주하며 아침을 시작하는 박여사는 『바늘귀가 서너개로 보여 실을 꿸 때 애를 먹지만 그래도 손이 떨리지 않는 것이 신통하고 감사하다』는 「씩씩한」 할머니다. 유학시절 초기부터 지금까지 작품중 각별한 애정이 가는 40점을 모아 소개하는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최근 몰두한 작품은 머리카락 수. 『무엇이든 수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시작했다. 긴 머리를 구하기도 힘들고 자꾸 끊어져서 애를 먹기는 했지만 며칠 전에 작품을 끝내서 한결 홀가분하다』고 한다.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하는 생활이 항상 즐거울 수 만은 없지요. 그러나 수틀을 앞에 두고 수에 몰두하는 동안은 생활의 시름이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혼자만의 시간이었습니다』라고 회상하는 박여사는 모친을 이어 섬유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딸 오순희(덕성여대 섬유미술과 교수)씨와 두 차례(67년·79년)의 모녀전을 가져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오랜 친분으로 박여사의 생활과 작품제작을 가까이서 지켜본 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전통자수의 답습에서 앞으로 나아가, 여백처리의 공간 구성이나 단순화시킨 기법 등의 작업을 통해 현대적인 접근과 변화를 모색한 시도가 소중하게 다가온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회 첫날인 2일 하오 5∼7시에는 작품집 출판 기념회가 열리며 전시회 기간 중 전통동양자수 영상 강좌도 계속된다.<박희자 기자>박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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